금융당국과 금융공기업의 공적보증 정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세입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의 일환으로 공적보증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반면, 보증기관은 전세시장 현실을 반영하겠다며 공적보증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공적보증부 전세대출 구조의 적정성 점검’을 언급하며 전세대출 공적보증 축소를 시사했다. 현재 세입자들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으로부터 전세자금의 일정 비율(80~100%)을 보증받아야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증기관은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보증비율만큼 세입자의 대출을 대신 갚아 준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축소하거나 차주의 상환능력에 따라 보증한도를 달리 적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공적보증을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적보증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정해졌다”며 "다만 구체적인 시행시기, 방식 등은 대통령 선거 이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공적보증 축소를 검토하는 이유는 현재 체계가 과잉대출을 유발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적보증으로 대출금을 떼일 위험이 낮아지자 금융사가 전세대출을 쉽게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160조 원으로, 5년 전인 2016년 말(36조 원) 대비 124조 원 증가했다.
하지만 당국의 공적보증 축소 기조가 보증기관의 ‘전세자금 보증요건 완화’와 대치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금공은 지난달 보증요건을 수도권 기준 전세금 5억 원에서 7억 원 이하로 상향조정했다. 7억 원짜리 전셋집을 얻는 세입자에게도 주금공이 보증을 서 준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20년 8월 이미 5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1월 6억6,000만 원까지 치솟았는데, 보증요건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였다.
그러나 공적보증이 축소되면 '보증요건 현실화' 효과가 반감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을 받더라도, 금융사가 보증 축소로 높아진 위험부담만큼 가산금리를 인상할 것이기 때문에 금융소비자가 지는 이자 부담도 더 증가한다.
올해 7월 전세재계약을 앞둔 김모(36)씨는 “전세보증 요건을 완화해준다는 뉴스를 보고 정부가 앞으로 세입자들의 상황과 전세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줄 것으로 기대해 (재계약에 대해) 마음을 놓고 있었다”며 “그런데 한 달도 안 지나 공적보증 축소로 대출금리가 뛸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마음이 불안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