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권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해 내가 걱정스러운 말씀을 드렸더니 아마 안 될 거라고 자기는 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연히 대선 국면에 두 정치인이 만났는데 대선 얘기가 제일 많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행자가 왜 단일화가 안 될 것으로 전망했는지 이유를 묻자 박 의원은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뭐합니다만, 두 후보의 어떤 정치적 감각에 대한 문제 아니겠냐"면서도 "제가 볼 때는 설 직후 이런 상황(단일화)이 올 것 같아 걱정스럽게 보고 있고, 어쨌든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과정일 거라 상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의원은 전날(12일) 김 전 위원장의 종로 사무실을 찾아가 면담했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개편을 놓고 윤 후보와 정면충돌한 끝에 결별한 지 일주일 만에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박 의원과 접촉해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김 전 위원장이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을 당시 박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일해 인연이 깊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1일 박 의원의 출판기념식에도 참석했을 정도다.
박 의원은 "사실 국민의힘에 (김 전 위원장이) 가신다고 그래서 제일 걱정했던 게 저 아수라장에서 오히려 험한 꼴 당하시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돼서 위로차 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간접 지원, 조언을 부탁드렸고, 그건 민주당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측면"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지원 요청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반응을 묻자 박 의원은 "딱 떨어지게 무슨 말씀을 하신 거는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국민의힘 쪽으로 중도의 힘이라든지 지지의 힘이 뭉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와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여러 가지 역할들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쨌든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후보를 다시 도우러 가는 일은 없어야 하고 없도록 하려고 한다"며 "이심전심 민주당 안에서 많은 분들이 아마 그런 노력들을 하실 거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홍이 수습된 후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다시 접전 양상으로 흐르는 판세를 두고서는 "선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고 나서도 아마 여론조사는 계속 등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윤 후보가 결집을 이뤄낸다면 아마 두 후보가 비등비등하게 2~3% 차이로 갈 거고 승부도 그 안에서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선대위 산하 청년과미래정치위원회 상임위원장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이대남' 표심을 잡으려 한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최근 논란이 일었던 '멸공' 캠페인에 대해선 "사회 갈등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지역감정을 이용한 지역주의 정치보다 더 나쁜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장 효과가 있다고 분열 정치를 자행하는 거, 일종의 '정치적 자해' 행위, '악마의 속삭임'"이라며 "당장은 달콤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을 더 분열시키고 갈등을 촉발하는 일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의 일일 수 있냐"고 되물었다.
박 의원은 "저는 장 보러 갔다 하길래 국민들이 걱정하는 물가 급등, 인플레이션 대책을 말하려고 간 줄 알았더니, 멸치하고 콩하고 합쳐서 멸콩 캠페인이나 하는, 그야말로 초등학생 수준의 이런 일을 그 당과 윤석열 후보가 해 어안이 벙벙했다"며 "세계 최고의 교육 수준과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계신 대한민국 국민들이 과연 거기를 찍을까? 이대남에게 반짝 효과를 거둔다는 생각은 착각이고, 오히려 정치적 중상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