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가 찾겠다" 광주 아파트 붕괴 실종자 가족들, 수색 지연에 발동동

입력
2022.01.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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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12일 안전점검 후 실종자 수색 재개
"당국이 가족에 수색작업 상황 바로 전달 안 해"


"광주시장도 서구청장도 자기 가족이 실종됐다면
이렇게는 방치 안 해요"
실종자 김모씨 가족

12일 광주광역시 서구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에선 사고 당일인 전날부터 뜬눈으로 밤을 새운 실종자 가족들이 고통스러운 심경을 호소했다. 건물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전날 오후 8시쯤 중단됐던 실종자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재개된 가운데, 가족들은 당국에 신속한 구조를 요청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실종된 작업자 6명은 모두 내국인으로 파악됐다. 여기엔 소방설비 업무를 담당하는 56세 김모씨와 유모씨, 실리콘 작업을 맡은 50대 후반 설모씨가 포함됐다. 공사 현장에선 실종자 6명이 외벽이 붕괴한 28~31층에서 창호 작업 등을 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날 이들의 휴대폰 위치를 추적한 결과 5명은 사고 현장 근처, 1명은 인근 쌍촌역 부근에서 신호가 잡혔고, 이날도 위치값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 작업 재개에 앞서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만난 실종자 가족들은 당국의 작업 지연에 분노를 표시했다. 실종자 김씨의 시동생 A씨는 "지난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에 조명을 비춰서 '우리가 구조하고 있다'는 신호라도 보내달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소방이 아침 일찍 구조에 돌입한다는 말만 믿고 있었지만 아직도 안전 진단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종자 설씨의 조카 박현우(34)씨도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실종자 가족에게 신속히 전달해주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사이에선 아파트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B씨는 이날 오전 1시 40분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천막을 찾은 유병규 HDC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향해 "영하의 날씨에 실종자들이 갇혀 있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나"며 "골든타임 놓치기 전에 차라리 내가 찾겠다"며 고함쳤다.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유 사장은 결국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3시간가량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오전 11시 20분부터 실종자 수색 작업을 재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낮 12시쯤 열린 현장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의 안전진단 결과 구조팀이 (사고 현장에) 들어가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구조팀이 못 들어가는 야외에선 드론과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안전점검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시공사가 올해 11월 입주 예정일을 맞추려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장근로자 C씨는 "공사 현장이 전반적으로 쫓기는 분위기였다"며 "추운 날씨로 콘크리트가 다 굳지 않은 상황인데도 타설 작업을 이어갔고 버팀목도 설치했었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콘크리트가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한 층에 2, 3주를 들여야 하지만, 이번 경우엔 공사 기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일주일에 한 층씩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