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죽는구나 생각...공사 시작부터 상가 입구 땅 갈라졌다"

입력
2022.01.12 13:00
광주 아파트 공사 중 외벽 무너지는 사고 당시
앞 건물 상가서 일하던 시민 "삼풍백화점 생각나"
"공사 시작할 때 여러 문제 발생해 몇 번 말해"

광주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인근 상가에서 일하던 한 시민은 "갑자기 회오리처럼 제트기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소리가 났고, 바람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며 "삼풍백화점 무너질 때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바로 옆 건물 상가에서 일하던 국경리씨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날 사고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하며 "매장 안으로 쓰나미처럼 콘크리트가 밀어닥쳤다. 통유리는 모조리 산산조각(났고), 전쟁터처럼 됐다"고 말했다.

이 사고는 전날 오후 3시 47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공사를 하던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201동의 외벽이 붕괴돼 발생했다.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벽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외벽이 무너질 때 아래쪽에서 불꽃이 튀었고 희뿌연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국씨는 "(이런 상황이) 10초에서 15초 정도에 벌어진 것 같다"며 "그냥 죽는구나 생각했고 지진이나 앞에 건물이 무너졌구나, 모든 건물이 다 무너져서 저희 상가를 덮친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제가 죽는구나 생각했고 자신도 떠올리고... 그거 상상할 수 없다. 밤새 잠도 못 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며 "(외벽에서) 떨어지지 않은 철근이나 콘크리트가 매달려 있다. 마치 전쟁터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님들이나 직원들이 못 빠져나가고 저도 매장 입구 가까운 쪽에 있었으면 죽었을 거다. 다들 많이 안 다쳐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현장 작업자 6명이 실종됐지만 추가 붕괴 가능성 때문에 안전진단 이후 수색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붕괴 사고 전부터 땅 꺼지고 갈라져"

국씨는 '평소 공사 현장을 보면서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왜냐하면 그 공사를 시작할 때 우리 상가는 차 한 대쯤 지나다닐 수 있는 마주보고 있는 가게인데, 상가 앞 입구에서부터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씨는 지반도 많이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앞에 시멘트로 계단 만들어 놓은 데가 내려앉고, 지하 주차장 벽에서 물도 쏟아지고 해서 안전진단을 해 보니까 해당 건물에서 땅을 지하 4층까지 파는 과정에서 건물이 흔들린 것"이라며 "(지반이) 많이 내려앉았다. 육안으로 보면 5~10cm 이상. 저희 상가에서 대책위원회를 설치해 문제가 있다고 몇 번을 말했다"고 전했다.

또 국씨는 '붕괴 사고 전부터 전조 현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많이 있었다. 땅꺼짐이 있고 갈라지고"라며 "(지반이 약하거나) 전혀 그런 거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 이후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가 충격을 받고 있다. 당시 원청 시공사였던 현대산업개발이 이번에도 같은 시공사로 알려졌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