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칸다 왕자 티찰라가 ‘가오갤’의 스타로드라고?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1.14 10:30
디즈니플러스 '왓 이프' 시즌1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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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2차 세계대전 전세를 뒤집기 위해 비밀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과학자 하워드 스타크(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가 만든 특수장치로 ‘슈퍼 솔저’를 양성하려 한다. 마르고 왜소한 체격이나 애국심만은 누구보다 굳은 스티브 로저스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완벽한 군인으로 거듭난다.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과정이다.

하지만 만약 로저스를 슈퍼 솔저로 만들려고 할 때 이를 방해하기 위해 암살자가 침투했고, 로저스가 부상을 있었다면. 로저스와 연정을 주고받던 영국 장교 페기 카터가 대신 특수장치에 들어갔다면. 평행우주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왓 이프’는 우리가 알고 있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ㆍ마블 캐릭터들로 구축한 독자적인 영화 세계)에 예기치 않던 일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①페기 카터가 캡틴이 된다면

페기는 슈퍼 솔저가 됐으나 군 지도부는 불만이 많다. 여자는 전장에서 쓸모가 없는데 왜 특수장치에 허락도 없이 들어갔냐는 이유에서다. 페기는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는데, 자신을 아예 무시하는 상관에게 반항하나 현실은 요지부동이다. 페기는 스타크와 로저스의 도움으로 작전에 몰래 투입된다. 페기가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자 여자라고 얕보던 군 지도부도 마음이 바뀐다. 스타크는 로봇과 갑옷이 합쳐진 듯한 장비를 만들어줘 로저스가 페기와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로저스가 입는 장비는 아이언맨의 원조 같다.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기를 그린 영화 ‘퍼스트 어벤져’(2011)를 변주한다.

②스타로드와 욘두가 도둑이 아니라면

만약에 해당하는 일들은 더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와 ‘블랙 팬서’(2018)의 팬들이라면 놀랄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 크리스 프랫이 연기한 피터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속 스타로드가 아니라면. 와칸다 왕국(‘블랙 팬서’)의 왕자 티찰라가 스타로드가 된다면. 스타로드가 제 잇속 차리기 위해 정신없는 악동이 아니라 아예 양아버지 욘두와 함께 우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라면. 이런 가정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티찰라를 주인공으로 해 펼쳐진다.

③기발한 상상이 만들어 낸 또 다른 MCU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상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런 식. 비밀 정보기관 쉴드의 닉 퓨리 국장은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팀을 꾸리려 한다. 마블 팬이라면 다 알 듯 팀명은 ‘어벤져스’다. 블랙 위도우와 함께 다니며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을 규합하는데, 이들은 하나둘 의문 속에 죽어 나간다. 고의인지 실수인지 토르를 죽인 호크아이 역시 감옥에 있다가 이유 모르게 죽는다. 어벤져스는 아예 꾸릴 수도 없는 상황.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만약을 바탕으로 한 여러 에피소드들은 MCU가 마르고 닳지 않는, 이야기의 화수분임을 새삼 방증한다. 물론 마블 관계자들의 상상력이 더 넓고 깊은, 이야기의 원천이겠지만. 마블의 여러 영화들을 봐 온 사람이라면 흔쾌히 즐길 수 있는 시리즈다. 각 에피소드의 시간은 35분 내외. 하나씩, 기분 내키는 대로 골라 봐도 된다. 티찰라가 스타로드가 되는 2화에서 반갑고도 그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블랙 팬서’ 속 티찰라 역의 채드윅 보즈먼(1976~2020)이 애니메이션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