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8시간 담판 벌인 미·러… 양보는 없었다

입력
2022.01.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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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접경 병력 철수” vs “나토 동진 중지”
후속회담 과정 해법 구체화할 듯
미러 외교차관, 제네바서 우크라 안보회담
합의 없이 끝나...러, 13일 나토와 협의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담판을 벌였지만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 철수를,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동진(東進) 중지를 거듭 요구하면서다. 양측 모두 먼저 양보할 뜻은 없어 극적인 돌파구는 없었다. 향후 상당한 시간 팽팽한 긴장과 교착,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당장 현실화할 우려는 다소 완화돼 관리 국면에 들어갔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8시간 동안 안보회담을 이어 갔다.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올해 초 침공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자 마련된 협상 자리였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합의 없이 회담은 끝났다.

회담에선 미국ㆍ나토 등 서방과 러시아 간 안전 보장 문서 채택이 집중 논의됐다. 미국은 러시아 병력 선제 철수를 거듭 주장했다. 셔먼 부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긴장 완화 없이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이며 성공적인 외교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러시아에) 아주 분명히 했다”라고 밝혔다.

9일 열린 사전 협의에서도 셔먼 부장관은 △주권과 영토 온전성에 관한 국제 원칙 △주권국가가 동맹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에 관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했다. 미국은 금융제재, 수출 통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을 러시아 압박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이날 회담에서 지상훈련과 미사일 및 전략폭격기 배치 문제 등의 경우 러시아의 상호 조처에 따라 추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일각에선 향후 러시아 측이 나토의 동진 중단 요구를 대체할 다른 안보 관련 약속을 어떻게 챙기느냐가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1997년 이후 동유럽 국가에 설치된 나토 군사시설 철수를 요구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나토의 비확산 문제 진전과 러시아 접경 미사일 배치 금지 없이는 미국과의 (협상) 작업에 의문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시에 협상 실패 시 러시아의 대응이 군사ㆍ기술적 성격을 띨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서 훈련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시 사용될 수 있는 군용 헬리콥터를 접경 지역에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도 나왔다. 다만 2월까지는 탱크 기동이 어려운 현지 기상 상황 때문에 실제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추가 대화의 여지는 남겼다. 셔먼 부장관은 11일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해 나토에 이날 회담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이어 12일, 13일에는 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잇따라 러시아와 마주 앉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프랑스, 독일, 러시아가 참여하는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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