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돼지불고기·회춘탕…산해진미 강진의 맛

입력
2022.0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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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중의 남도 음식, 강진 맛집 탐방

‘음식은 전라도’라는 말에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굳이 맛집을 검색하지 않아도 어느 식당이나 기본은 한다는 뜻이다. 남도에는 ‘서강진 동순천’이라는 표현도 있다. 온갖 물산이 모이는 두 지역의 음식이 그중에서도 뛰어나다는 말이다.

산과 들, 강과 바다를 끼고 있는 강진의 음식은 푸짐하면서도 깔끔하다. 우선 한정식. 남도 끝 강진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단골 유배지였다. 그들로부터 전수한 양반집 음식문화와 지역의 식재료가 결합해 특색있는 한정식으로 발전했다는 설이 그럴듯하다.


말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30~40첩 반상이 차려진다. 남도를 대표하는 홍어삼합을 비롯해 광어회, 떡갈비, 육회, 꼬막과 바지락무침, 육전, 보리굴비, 전복 버터구이, 새우 치즈구이, 표고탕수와 수수부꾸미…. 끊임없이 올라온다. 토하젓과 울외장아찌도 입맛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대개 강진청자 식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뿐만 아니라 모양새도 정갈하다.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한정식 식당은 대부분 강진 읍내에 몰려 있다. 청자골종가집, 예향, 강진한정식 모란, 남문식당, 돌담한정식 등이 있다. 단점이라면 4인 밥상이 기본이라는 점이다. 가격은 10~20만 원, 일부 식당은 최근 2인용 상차림(8만 원)도 내놓았다.

탐진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목리에는 장어구이 식당이 몇 곳 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생활 중 지은 ‘탐진어가’에도 봄철 장어잡이 어선이 등장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잡은 ‘목리장어’는 육질이 탄탄하고 맛이 구수해 일본으로 수출했고, 인근에 장어 통조림 공장까지 있었다. 그러나 탐진강 상류에 장흥댐이 들어서고 난 뒤부터 자연산 장어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곳 식당도 인근 양식장의 장어를 사용한다. 소금만 뿌리는 소금구이, 또는 특제 소스를 발라 굽거나 찍어 먹는 양념구이 형태로 내놓는다. 탐진강장어나라 식당은 식탁 바로 옆 전기화로에서 직원이 바로 구워 올린다.

강진의 해산물은 대개 차진 강진만에서 건져 올린다. 읍내 남쪽 강진만생태공원에 가면 갯벌 위에 목재 산책로가 놓여 있다. 갈대숲 아래 갯벌에서 짱뚱어들이 팔딱팔딱 뛰어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읍내 강진만갯벌탕 식당은 짱뚱어탕 전문 식당이다. 외모가 그리 호감 가는 생물이 아니기에 갈아서 탕을 끓인다. 비린내가 없이 구수하면서 담백하다. 강진의 여러 식당에서 술안주나 비빔밥으로 판매하는 바지락무침도 강진만의 산물이다.




하나로식당의 회춘탕은 마량항의 풍요로운 바다를 가득 담은 향토 보양식이다. 대추, 은행, 오가피, 엄나무, 황칠나무 등 각종 약재와 함께 푹 고은 토종닭(혹은 오리)에 살이 통통한 전복과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더해진다. 진한 한약재 풍미와 바다 향이 어우러진 맛이다. 회춘탕 역시 혼자 먹기에는 양과 가격이 과하다. 12만 원짜리를 시키면 3~4인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병영면에는 연탄불고기 식당이 여럿 있다. 원조는 60년 넘게 대를 이어 장사하고 있는 수인관이다. 병영오일장을 오가는 보부상을 상대로 숙식을 제공하던 집이었는데, 오일장이 시들해지면서 술안주 겸 반찬으로 내놓던 돼지불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계피, 솔잎, 감초 등 10여 가지 약재에 재운 돼지고기를 연탄불에 굽는 게 맛의 비결이다. 연탄불고기 백반을 시키면 족발과 생선구이, 홍어와 편육까지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인근 배진강 식당은 연탄불에 초벌구이 한 돼지고기를 식탁으로 옮겨 휴대용 가스레인지 불판에서 파채와 함께 다시 한번 익혀 먹는다. 다소 번거롭지만 바로 요리해서 먹는 맛이 있다.

강진=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