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9일 "페미니즘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강화 공약을 잇달아 내놓으며 이남자(20대 남성)가 주도하는 '반(反)페미니즘' 정서에 올라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각을 분명히 세웠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겸하고 있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젠더 갈등'에 대한 질문에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남녀 간 불평등이 심하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다만 "청년들은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이기 때문에 청년세대로 제한해서 보면 '(성차별이) 뭐 그리 심각한가'라는 생각이 들 수는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 내 페미니즘 문제는 상당히 타당성이 높은데 청년세대는 (갈등의 원인이) 사실 페미니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청년들은 정말 누군가를 배제하고 누군가를 도태시키지 않으면 내가 배제되고 도태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성장과 무한경쟁 시대에 내몰려 누가 더 피해자라고 할 것 없이 서로 적대시하게 된 청년층의 특수성도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는 2030세대 내 젠더 갈등을 "둥지 위에서 경쟁을 하는데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으면 내가 둥지 밑으로 떨어져야 하는 극한적인 갈등 상황"에 비유하며 "기성세대가 정치적 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별다른 설명 없이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이슈에 불을 붙인 윤 후보의 전략을 편 가르기로 비판했다. 이 후보는 여가부와 관련해서 "성평등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며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자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내세운 당일 공교롭게 이 후보는 여성 등 소수자 의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했다. 이에 이 후보는 20대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페미니즘을 옹호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서울 대학로에서 웨딩업, 전시행사업, 식자재 납품업 등 손실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를 재차 요구했다. "왜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만큼 안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책상머리 생각들 때문에 진척이 잘 안 된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윤호중 원내대표는 "계산해 보니 사각지대에 놓은 업종이 270여 곳 정도 된다"며 "여러분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분양가 인하와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생애 최초주택 구입자 등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정책 모기지 대폭 확대 △고금리 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 프로그램 도입 △취약계층에 대한 전세 대출한도 상향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