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지역에서의 군사 훈련·미사일 배치 제한 방안을 제안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일촉즉발’ 상황 해법 모색을 위해 오는 10일 양국 고위 관계자들이 만나는 가운데, 군사적 긴장 완화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금융·수출 등 분야를 망라하고 북한, 이란 수준의 고강도 제재 조치를 내리겠다는 경고도 내놨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서로의 영토에 근접한 전략 폭격기와 지상 기반 훈련을 포함한 훈련의 규모·범위에 대해 상호 제한 가능성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역 미사일 배치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명이 넘는 러시아군이 집결하자, 미국과 유럽 등은 줄곧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러시아는 이에 맞서 서방 국가의 동진(東進) 포기를 주장해왔다. 미 당국자의 이번 발언은, 갈등이 고조된 지역에서 양측의 군사력을 제한함으로써 갈등을 줄이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해당 발언이 양국 고위급의 담판을 이틀 남겨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오는 10일에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실무 협상을 벌인다. 12일에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13일엔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 협상도 줄줄이 이어진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진전을 이룰 수도 있는 공통 분야에 대한 논의는 상호적이어야 한다”며 “양측은 근본적으로 같은 약속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회담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관측이다. 로이터는 “미국과 유럽 동맹들이 러시아와의 회담에서 진전을 볼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침공 의사를 부인하면서도 나토 동진 금지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그런 요구를 거부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끝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경제적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도 여전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가혹한 제재’ 가능성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대(對) 러시아 제재는 높은 수준에서 시작해 계속 유지하는 접근법을 적용할 수 있다”며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금융시스템과 크렘린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분야 등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으로 가혹하고 압도적인 대가를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동맹·파트너들과 함께 다양한 무역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는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검토 중인 제재는 러시아에 수출되는 미국 상품과 미국 관할에 있는 특정한 외국 생산 제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는 쿠바, 이란, 북한, 시리아와 함께 가장 엄격한 수출통제 국가 그룹에 포함될 수도 있다”며 “이런 조치는 특정 비율 이상의 미국 부품을 포함하는 해외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