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에게 꼭 듣고 싶은 대답들

입력
2022.01.10 00:00
26면

편집자주

21세기 당파싸움에 휘말린 작금의 대한민국을 200년 전의 큰 어른, 다산의 눈으로 새로이 조명하여 해법을 제시한다.
작지만 강한 나라 지도자 공통점은 미래 지향
네덜란드 이스라엘의 성장 비결 연구해야
대선 후보들은 과연 대한민국 미래 비전 있나

대통령이 주인이고 국민이 머슴인 게 아니다. 국민이 주인이고 대통령이 머슴이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선거, 머슴이 주인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주인답게 뜻을 모아, 머슴들에게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미리 제시해야 한다. 일단 최소한의 수신제가를 통과한 후보들로부터 어두침침한 가족들 얘기가 아니라, 캠페인 내내 먼 미래를 누가 더 멀리 보는 눈을 가졌는가를 골라 내야 한다.

다음은 내가 꼭 답변을 듣고자 하는 질문이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을 이끌겠다고 나선 머슴들에게 말이다!

Q1. 1973년 중화학 입국, 1983년 정보통신산업 입국을 추진하며 우리 경제가 세계10위에 진입했는데 이제 고목이 되어가고 있다. 새로 심을 나무는 무엇인가?

Q2. 경상도 면적의 네덜란드가 미국 다음으로 농업 수출 2위, 우리나라의 10배인 비결을 아는가?

Q3. 인구 130만의 에스토니아가 20년 안에 인구를 10배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그 비결을 아는가?

Q4. 아시아 1등 대학이 13억 인구의 중국 베이징대학도 아니고 1억3,000만의 일본 동경대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5,100만의 대한민국 서울대학도 아닌데 어느 나라인지 아는가? 그리고 그 비결은?

Q5. 창업국가로 나스닥을 석권한 나라, 이스라엘 금융체계의 현저한 차이는?

Q6. 초대 대통령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나라는? 그분의 이름에서 따온 세계 4대 연구소는?

우리 경제는 지난 50년간 중화학과 정보통신이 견인차 역할을 해왔으나 이 둘은 후발주자의 값싼 노동력으로 이제 고목화되어 가고 있다. 빨리 '생명과학 입국' 선언을 통해 새로운 나무를 심어야 한다. 의료와 제약, 식품을 망라한 생명과학산업의 시장은 우리의 강점인 4조 달러 ICT 시장의 4배에 해당한다.

네덜란드의 걸출한 리더 멘숄트 장관은 25년간의 농림부장관 재직으로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푸드밸리를 만드는 초석을 다졌다. 인구 30만에 불과한 와게닝겐에 1,500개의 세계적 식품연구소가 밀집되어 있다. 여기에 위치한 와게닝겐대학은 생명과학 세계 최고의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중학교 여름방학 때 우연히 공부한 소프트웨어가 계기가 되어 1992년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에스토니아를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만든 토마스 일베스 대통령이 있었기에 이 나라는 단위인구당 창업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나라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전자 주민증에 해당하는 'E-Residency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투표권을 제외한 주민등록증과 똑같은 효력을 허용함으로써 인구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21세기형 메타버스 국가다.

이스라엘의 금융체계는 위험을 회피하는 금융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금융으로 탈바꿈 중이다. 융자가 아니라 투자 중심 금융이라야 젊은이들이 도전한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이 나라는 초대 대통령부터 노벨상 수상자를 뽑은 것이다. 그분의 이름을 딴 하임 바이츠만 연구소는 세계 4대 연구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인구 570만의 싱가포르는 국립대학(SNU)에 정부 예산을 투여하지만 예산의 활용과 학사 운영에 대해서는 절대 간여하지 않는다. 학교 스스로 세계 석학들을 불러모아 창의적 교육을 장려한 결과, 아시아 1위 대학을 석권하고 주변 나라로부터 유학생이 밀물처럼 들어오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작지만 강한 나라를 만든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과거가 아닌 오직 미래만을 생각하는 머리와 눈을 가지고 매진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줄 안다. 대선 후보들이 이 사실을 꼭 알았으면 한다.



윤종록 한양대 특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