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이를 성공으로 안내하는 등대다

입력
2022.01.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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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임신을 하면서부터 자궁 속 태아와 정서적 교감을 시작하지만 아버지란 호칭은 아이의 출생으로 인해 비교적 쉽게 얻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자식을 잘 훈육하는 것만이 아버지의 역할이라고 믿었던 남자가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서 아버지란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충효사상을 강조하기 위하여 자주 사용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용어는 송나라 유자징이 편찬한 '소학(小學)'에 나오는 말이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는 의미로 '자신을 낳고, 가르쳐 주며, 먹고 살게 해준 은혜는 동일하기 때문에 한결같이 섬겨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누구라도 세상에 태어나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며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라는 말씀은 교훈적이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충성과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강조하는 성리학의 가르침을 요즘 젊은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정신과 의사인 가타다 다마미(片田珠美)는 저서 '자식을 미치게 만드는 부모들'에서 물리적 폭력 못지않게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정서적 학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식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거나 지배하려고 하면서도 아이들이 원하는 교육방식이라고 포장하는 부모가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 이들이 통제를 자율로 혼동하는 이유는 자신들은 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어렵사리 자랐던 부모 세대를 뛰어넘었다는 자부심과 고생을 모르고 자랐으면서도 부모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자식 세대를 무시하는 심리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며 성장했던 세대라면 본인들은 권위적이고 강압적이었던 아버지 세대와는 전혀 다른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믿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외적으로는 진보적인 발언을 자주 하면서도 실제 가정에서는 유교적 문화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아무리 자식의 나이가 어리더라도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주어야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미숙하고 경솔하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필요한 간섭을 합리화한다. 만약 본인들의 충고나 지적에 항의나 반발을 하면 내 자식이 아니라는 식으로 방관하거나 무시해 버리기도 한다. 이런 형태의 가정불화로 정신건강의학과에 상담하러 오는 청소년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주요한 원인 제공자인 아버지가 함께 방문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인식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밖에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자식 교육에는 뒷전이고 오롯이 어머니한테만 의무와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는 경우는 거의 어머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아들 문제로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식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실히 실감하게 된다. 구스타프 포스는 자신의 책 '아들은 아버지가 키워라'에서 "아버지는 인생의 다정한 선배이며 아들에게 세계로 가는 길이 된다"라고 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은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경험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성공적 미래로 안내하는 등대와도 같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