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로 치닫던 국민의힘 내홍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윤석열 대선 후보 쇄신안에 반발하다 탄핵 요구까지 받았던 이준석 대표가 막판에 윤 후보 손을 잡으면서다. 이로써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막장으로 치닫던 제1야당의 파열음은 가라앉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한 달 전 울산회동처럼 이벤트성 화해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윤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쇄신작업에 들어간 첫날부터 파열음이 불거졌다. 이 대표가 6일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의 사무총장 겸직과 이철규 의원의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최고위 상정을 거부한 것이다. 당헌ㆍ당규상 당무우선권을 가진 윤 후보가 직접 최고위에 참석해 임명을 강행하면서 갈등은 봉합했지만, 원내 지도부가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사퇴 결의를 제안해 분위기가 다시 험악해졌다. 실랑이 끝에 이날 저녁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 대표가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발 물러서고 “다 잊고 힘을 합치자”는 윤 후보와 포옹하면서 극적으로 화해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다시 손을 잡긴 했지만 갈등의 소지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향한 이 대표의 불신은 여전하고, 이 대표가 2030세대 표심을 볼모로 잡고 몽니를 부린다는 윤 후보 측 의심도 채 가시지 않았다. 이 대표가 윤 후보에게 숙제나 하라며 ‘연습문제’를 던진 식으로 ‘윤핵관’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파열음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윤 후보의 과제는 더 막중하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더 이상 당내 혼선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단합을 강조했지만 충분하지 않다. 파열음을 봉합했다고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재보선과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뇌관 등 갈등의 지뢰가 사방에 널려 있다. 단기간에 변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한번 돌아선 유권자 표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