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가족이 잘 지내는지 많이 걱정됩니다.” “남한 사람들과 못 어울리고 많이 외롭습니다.”
남측에 사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이 관계기관에 토로한 내용이다. 실제 탈북민 취약계층의 절반 가까이가 정신적 어려움으로 정착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 첫날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은 탈북민 A씨의 월북 배경 중 하나가 사회 부적응으로 알려지면서 생계 지원 못지않게 이들에 대한 정서적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가 6일 발표한 지난해 하반기 ‘탈북민 취약계층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에 거주하는 탈북민 취약계층 1,582명 중 47%가 정서적ㆍ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탈북민들은 특히 교육ㆍ진학(22%) 문제로 인한 어려움으로 꼽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살면서 일했던 방식과 배운 내용을 남쪽 사회에서 그대로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며 “환경도 낯설고, 새로운 직업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20%), 신체건강(13%), 가족관계(4%), 게임ㆍ알코올ㆍ약물 중독(1%)도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목됐다.
물론 탈북민 취약계층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은 경제적 곤궁(25%)이다.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외로움까지 겹치니 이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A씨도 청소용역원으로 일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주변에 북측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자주 내비치는 등 초기 적응이 힘들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2020년 11월 귀순 1년여 만에 다시 북측으로 넘어갔다.
통일부는 앞으로 탈북민 정착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남북하나재단을 통한 생계 지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성 지원과 더불어 탈북민 취약계층을 상시 지원하는 ‘북한이탈주민 안전지원팀’ 출범도 예정돼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관계기관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1월 안전지원팀이 출범할 것”이라며 “각종 어려움에 처한 탈북민들을 상대로 생계와 교육, 심리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