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난 '탈모 공약'... 이재명, 포퓰리즘 지적에 "대규모 재원 안 들어"

입력
2022.01.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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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밀착형 '틈새 공약' 흥행으로 반색
野 "이재명, 차베스와 다를 바 뭔가" 비판
민주당, 경구용 치료제부터 적용 검토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2030세대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공약이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표만 되면 무슨 공약이든 꺼내놓는다'는 포퓰리즘 논란과 건강보험 재정 낭비 논란으로 이어지면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예상치 못한 흥행에 반색하고 있다. 체감하기 어려운 대형 공약이 아닌 이념 중립적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2030세대 및 중도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청년선대위에서 수렴한 국민 의견 중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소확행 공약으로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국민의힘이 연일 난맥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체감도가 높은 공약으로 차곡차곡 득점을 쌓아가겠다는 게 선대위 구상이다. 탈모치료제뿐 아니라 현재 65세 이상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대상 연령을 50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퓰리즘' 논란에... 與 "경구용 치료제부터"

탈모 공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건강보험 재정 상황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희소·난치병 환자를 등한시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후보를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빗대 "표만 바라고 국가운영의 원칙도 중환자들의 절망도 짓밟는 이런 후보와 정당이 국내총생산(GDP) 90%를 깎아먹은 차베스-마두로 정권보다 나은 점이 뭔가"라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2군 항암제 상당수도 급여에서 제외된 점을 거론하며 "죽고 사는 문제보다 탈모가 중요한지 여부는 선거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자 '털 모(毛)'와 포퓰리즘을 섞어 '모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 "지나친 정치적 공세"라며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재원을 부담하는 그들을 굳이 배제해서 섭섭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보험으로 지원하는 게 맞는지 어느 정도 경계선 안에서 지원할지 깊이 논의하고 있다"며 "재원 규모도 전체 의료보험 지출액에 비하면 타격을 줄 정도로 대규모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프로페시아 등 경구용 치료제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구용 치료제 시장이 한 해 1,100억 원 수준인데, 국가부담을 70% 정도로 하면 연간 770억 원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며 "급여화하면 탈모 치료제 수요가 늘겠지만 동시에 약값 인하 효과도 발생해 충분히 재정 부담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위는 이르면 7일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소확행 공약'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