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사실은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명칭만 해놓고, 당의 인사 이런 게 전혀 나한테 전달이 안 됐어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 공식 합류한 지 33일 만에 총괄 선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종인 전 위원장은 "내가 사실 명칭만 총괄이었다"는 말로 선대위 난맥상을 전하며 이같이 씁쓸한 소회를 밝혔다.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다.
김 전 위원장은 3일 선대위 전면 해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석열 후보와는 상의하지 않은 '극약처방'이었다. 왜 그랬을까.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25일 경제전문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에 윤 후보가 출연한 모습 때문이었다고 한다. 앞서 진행자는 '윤석열 후보의 이른바 족발집 회견을 보고 선대위 개편을 결심했다는 말이 있는데 맞느냐'고 질문했다.
윤 후보는 2일 서울 종로구 한 족발집에서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간담회 후 '한국형 반값 임대료 프로젝트' 공약을 발표하는 와중에, 내용이 적힌 종이를 보고 읽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 말을 더듬거리거나 대놓고 참모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 화면에 잡혀 여러 뒷말이 나왔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은 "그것뿐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후보가 삼프로TV라는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다 보니, 프로그램이 끝난 다음에 아주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후보의 준비 안 된 모습이 번번이 노출되고, 이로 인해 부정적 반응이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걸 보고 선대위 개편을 전격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해당 채널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출연했는데, 두 후보의 경제, 부동산, 주식 정책 인터뷰 내용이 비교되면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여론의 판정승은 이 후보였다.
김 위원장은 큰 파장을 낳은 윤 후보의 삼프로TV 출연 일정을 사전에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김민전 교수 등의 영입과 관련해서도 "(인사와 관련해) 전혀 모르고 다 들어온 사람들"이라며 "사실은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명칭만 해놓고 당의 인사 이런 게 전혀 나한테 전달이 안 됐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런 등등의 일을 지난 한 달 가까이 보면서 도저히 이런 식으로 가선 안 되겠다 싶어 후보하고도 몇 번 의논했다"며 "근본적인 조직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3일 조직개편을 하자고 얘기했다"며 윤 후보에게 알리지 않고 전격 선대위 해체를 선언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총괄선대위원장도 모른 채, 공식 의사결정 라인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정책, 영입 인사 등이 결정됐고, 선대위 역량을 총동원해 제대로 준비를 거치지 않았던 만큼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는 것.
김 전 위원장은 그 배후로 의심되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해서도 뼈있는 말을 남겼다. 윤핵관으로 지목됐던 권성동, 윤한홍 의원 등이 당직 사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 "밖에 있다고 그래서 영향력이 없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다.
새롭게 짜인 선대위 개편안에 대해서 "비교적 간편하게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도 다만 "비서실 기능이 그 속으로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라며 윤 후보 측근이 포진된 비서실을 누가 통제하느냐를 챙겨 봐야 한다며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사퇴론'에 휩싸인 이준석 대표에 대해선 "꼭 선대위에 들어온다고 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잘못되면 이준석 대표의 소위 정치 생명에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당 자체 존폐에도 문제가 있다"며 "이 대표는 모든 걸 초월해서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할 수 있도록 자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마 대표로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