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22가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막했지만 오미크론 여파로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을 거두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현지 빅테크 기업이 대거 불참하면서 전시장 곳곳이 비어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6일 CES 전시장에서 만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예년 대비 (업체들이) 40%도 안 온 것 같다"며 "이 정도로 사람이 없는 CES도 처음"이라고 전했다. 소니 전시장에서 만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업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제품을 다 못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소니는 이번 CES에 TV, 오디오 등 주력 제품 대신 모빌리티, 산업용 드론과 같은 미래 기술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이번 CES는 예년 CES 대비 절반 수준인 2,200개 사가 참가하면서 메인 전시장인 '센트럴관'에서도 비어 있는 공간이 있었다. 보통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더 좋은 위치의 CES 전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며, 다년 계약을 추진한다.
이는 상당수의 업체가 올해 전시장 대여 비용을 지불했지만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불참했음을 의미한다. SK그룹 전시 담당 관계자는 "보통 센트럴관은 이름만 대면 다 알 기업이 포진하는데 올해는 처음 들어본 업체가 자리를 많이 차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대대적인 불참에 CES를 찾은 관람객도 크게 줄었다. 그동안 CES 기간에 20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ICT 관계자가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면서 도심은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주요 호텔이 몰려 있는 도심과 전시장 간 교통이 원활한 상황이다.
주최 측은 오미크론 확산 우려를 막기 위해 대대적으로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원칙을 행사 전 밝혔지만, 실제 전시장에서는 마스크 착용만 확인할 뿐이었다. 전시장 입장 전 체온을 측정하거나, 백신 접종증 및 코로나19 음성 결과 등을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업들의 간담회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주요 호텔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 관광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미국은 지난 4일 하루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 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국내 업체들은 관람객 및 임직원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의 경우 명품 매장처럼 사전에 입장 대기를 받고 일정 인원만 받는 식으로 전시장을 운영했다. 이에 몰려든 관람객 때문에 행사장 입구에 긴 대기줄도 생겼다.
LG전자는 아예 이번 CES 전시장에 TV 등 실제 제품을 가져오지 않고 메타버스로 구현했다. 넓은 전시장에 QR코드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관람객이 모바일로 QR코드를 찍어 가상 공간에 접속해 제품을 간접 체험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