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 세기 세계 1위 ‘십빌더’(Ship Builder·조선사)로 자리 잡았던 현대중공업그룹에 젊은 피로 수혈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다가올 50년간 ‘세계적 가치를 선도할 ‘퓨처 빌더’(Future Builder)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정 대표는 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2’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의 현대중공업그룹 전시장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정 대표는 “향후 현대중공업그룹의 슬로건인 퓨처 빌더를 위한 동력은 기술혁신”이라며 “잘 알고, 잘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설립 후 여러 차례 찾아온 위기 상황에서 뼈저리게 느낀 차별화된 기술의 소중함이 그 배경이라고 했다.
위기에서 발견한 미래의 가능성을 위해 그가 선택한 건 △해양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 운반 및 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기술 등 세 가지 범주의 기술이다.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현대중공업의 3대 핵심사업 혁신을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간담회를 직접 진행한 정 대표는 이런 세 가지 주제를 소개할 연사로 아비커스의 주효경 엔지니어, 한국조선해양 김성준 미래기술연구원장, 클루인사이트의 마이클 류 전략총괄이사를 무대로 끌어올렸다.
주 엔지니어는 해상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해상물류 및 해양자원 개발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핵심기술로 해양 자율운항기술을 소개했다. 1999년생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대표해 자리에 선 주 엔지니어는 “올해 1분기까지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으로 대형선박의 대양횡단 항해를 마칠 예정”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에너지 위기 및 기후 변화의 해결책으로 그린수소 생산기술과 액화수소 운반선 제조 등을 잇는 해양수소 밸류체인을 제안했고, 빅데이터 기반 솔루션 전문 개발사인 클루인사이트의 류 총괄이사는 안전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지능형 로보틱스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CES 2022를 통해 사실상 글로벌 무대에 처음으로 공식 데뷔한 정 대표를 격려하기 위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각각 형제지간인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사촌지간이다. 정 회장은 정 대표 방문 후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 등 그룹 전시장을 점검한 뒤 삼성전자와 SK, 두산 등 한국 업체들과 친환경·블록체인 등 업체 전시장도 둘러봤다. 정 회장은 “아주 얇았던 삼성TV와 친환경 업체, 블록체인 업체 등이 인상 깊었다. 배울 점이 많았다”고 소감을 남긴 뒤 행사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