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펜 대신 실버펜' 실버테크 뛰어드는 기업들

입력
2022.01.07 04:30

새해 들어 노년층을 겨냥한 실버테크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확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사회 진입으로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중소 기업은 물론이고 신생기업(스타트업)까지 노년층을 겨냥해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실버테크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특히 아이들 학습지 '빨간펜'으로 유명한 대교, 교원 등 교육관련 업체들이 적극적이다. 저출산으로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위기로 보고 늘어나는 노년층을 새로운 시장으로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교는 이달 중 노인요양보호 사업을 새로 시작할 계획이다. 또 치매 예방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하는 사업도 진행한다. 노인요양보호 사업이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자격증을 가진 전문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가 노인들의 생활을 돕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대교는 10일 이후 노인요양보호 사업을 위한 '뉴이프' 서비스를 새로 발표하고 경기 광명점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주야간 보호센터 13개를 전국에 개설해 직영한다. 이 서비스는 전화 및 홈페이지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요양보호센터도 운영한다. 대교 관계자는 "센터에 노인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요양사 등이 상주하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보호 사업은 정부 지원 사업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요양보호등급을 받으면 정부에서 돌봄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을 최대 85% 지원한다. 따라서 노인들은 전체 비용의 15%만 지불하면 된다. 기업들은 대신 정부에서 나머지 비용을 지원받는다.

특히 대교그룹의 최고 경영진이 실버테크를 미래 전략 사업으로 보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교 관계자는 "노인요양보호사업과 치매 예방 콘텐츠 공급을 중요한 미래 전략 사업으로 보고 있다"며 "학령 인구 감소와 고령층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업체 교원도 노인요양보호와 상조사업 등 실버테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원라이프를 통해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디지털 상조 상품을 개발했으며 노인요양보호사업을 하는 롱라이프그린케어에 20억 원을 투자했다.

대교와 교원 등 국내 교육업체들은 '빨간펜'의 원조로 알려진 일본의 베네세홀딩스, 니치이학관 등을 모델로 삼았다. 1955년 설립된 일본 교육업체 베네세홀딩스는 '신켄제미'라는 학습지 서비스로 성장했는데 일본이 저출산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요양보호 사업에 진출했다.

노인요양보호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최대의 노인용품업체 프랑스베드와 계약을 맺고 노인들을 위한 전동침대 등을 들여와 국내에 판매할 방침이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는 "요양보호 사업의 확대를 위해 3월 중 보건복지부에 노인용품 판매를 위한 인가 신청을 하고 9월부터 판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디파이는 최근 고령자의 노쇠 상태를 측정하는 앱과 운동량이 적은 노인들의 근감소증을 막기 위한 디지털 장비, 단백질 식품 등을 개발하는 노쇠예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업체는 새로 개발한 관련 장비를 전국 복지관과 보건소 등에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KB손해보험도 '골든라이프케어'라는 노인요양보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업체는 위례신도시와 서울 우면동에 운영하는 고급 노인요양시설을 추가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서울 은평구에 세 번째 시설을 추가로 건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실버테크 산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는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2026년 노인 비율이 인구의 20%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노인들도 스마트폰과 각종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사용할 만큼 디지털에 익숙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접목한 실버테크 사업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