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 사퇴한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소유의 토지가 최근 매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입 당시 임야(맹지)였지만, 이후 개발행위 허가를 받으면서 땅이 팔릴 경우 시세차익만 3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비서관 소유의 경기 광주시 송정동 413-166번지(1,448㎡) 등 일대 토지 8,250㎡(2,500여 평)가 3.3㎡당 310만 원, 77억5,000여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김 전 비서관이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공개 당시 신고한 2017년 토지 매입가격은 3.3㎡당 10만 원이었다. 10만 원에 매입한 땅을 4년여 만에 310만 원에 되파는 셈이다. 시세차익이 30배가 넘는다.
김 전 비서관이 매입할 당시만 해도 해당 토지는 자연녹지지역에 지목도 임야로 분류돼 건축행위가 불가능한 맹지였다.
하지만 김 전 비서관이 땅을 사들인 직후 광주시가 해당 토지와 인접한 곳에 도시계획도로를 고시하고, 개발행위 허가 및 하수처리 구역에 편입시켜 주면서 해당 토지의 지목이 임야에서 대지로 변경됐다. 광주시에서 빌라를 건축하려면 하수처리구역에 반드시 편입돼야 가능하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당시 임야에 50㎜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을 내세워서 대지로 전용됐고 이후 땅값이 크게 올랐다”며 “덩치가 큰 매물임에도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내놓은 것은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치는 좋지 않지만 적정한 값을 받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해당 매물은 김 전 비서관이 아닌 제3자 대리인을 통해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언제 매물로 내놓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밀목(옛 마을이름)에 덩치 큰 매물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김 전 비서관의 토지인 줄은 몰랐다”며 “토지주 대신 제3자가 중계를 의뢰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인(제3자 대리인)이 별도의 추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어 투명한 거래를 하는데 문제가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개업소에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3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됐으나 같은 해 6월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공개 과정에서 송정동 토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사퇴했다.
이후 시민단체 고발로 경찰 수사를 받은 김 전 비서관은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시민단체가 이의를 신청해 경찰이 재수사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