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주주' 이준석 못 내치는 윤석열 VS 여지 남겼다 철회한 이준석

입력
2022.01.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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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이준석에 "당대표 역할 기대"
이준석 "제안 거부 됐다... 당무에 충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준석 당대표와 극도로 껄끄러운 관계다. 지난달 선거대책위를 뛰쳐나간 이 대표가 윤 후보를 공개 저격하며 '선'을 넘나들었지만, 윤 후보는 이 대표를 끌어안지 않았다. 둘의 요란한 분열은 윤 후보가 최근 벼랑 끝 위기에 몰린 단초가 됐다.

윤 후보는 5일 또 다른 갈등의 축인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결별을 선언했으나, 이 대표는 곧바로 내치지 않았다. 2030세대 남성의 대주주로 불리는 이 대표의 '정치적 가치'를 내버릴 수 없어서다. 이 대표는 그러나 호응하지 않았다. 윤 후보와 협력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철회했다.

윤석열 "이준석의 정권교체 역할 기대"

윤 후보는 5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에게 소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와 저 두 사람 다 국민과 당원들이 '정권 교체에 나서라'고 뽑아주신 것"이라며 "당대표로서 역할을 잘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당내 의원들의 요구는 차단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입장이라 그런 요구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선대위 후속 기구인 선대본부에 이 대표를 중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직책이 있어야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의원들 이준석 사퇴 압박 '일시 중단'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은 일단 중단됐다. 이날 열리기로 했던 이 대표와 당내 중진 의원들의 연석회의는 연기됐다. 회의가 열렸다면 파열음이 났을 것이다. 4일 이 대표의 행보를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던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하루 만에 "이 대표도 맡은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 우리 당의 대동단결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중진 모임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이준석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컸던 의원총회도 열리지 않았다. 의원총회 소집을 주도한 송석준 의원은 "할 말은 많지만, 당 위기가 수습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모인 초선 의원들은 "대선 승리에 방해되는 어떤 언행도 당내에서 결코 없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이 대표 사퇴를 입에 올리진 않았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수시로 이 대표와 소통하며 중재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준석 내쳤다간 '꼰대 정당'... 역풍 걱정

윤 후보가 신경 쓰는 건 이 대표가 가진 2030세대 남성 지분이다. 윤 후보는 선대위를 해산하면서 "앞으로는 2030세대의 말을 듣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대표를 내모는 모양새가 되면 역풍이 불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30세대 사이에선 이 대표가 탄압받는 피해자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 대표와 갈라서면 지금까지 내건 혁신, 변화의 정치가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당대표 사퇴 줄다리기라는 막장 드라마를 쓰는 것도 부담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이 대표를 강제로 내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대표는 "대표 사퇴는 없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이준석 "기대 갖고 본다" 4시간 만에 "당무에 충실"

이 대표도 잠시 태도를 바꿨다. 그는 윤 후보의 선대위 쇄신안이 나온 뒤 "제가 주장해왔던 것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영세 본부장을 만난 뒤엔 "연습 문제를 드렸다. 연습 문제를 어떻게 풀어주시느냐에 따라 앞으로 신뢰 관계나 협력 관계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 판단할 수 있다"고 화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화해의 기운은 5시간도 지속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연습 문제' 제안이 거절됐다며 "윤 후보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운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고, 대표로서 의무만 다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권 본부장에게 '윤 후보가 6일 오전 지하철에서 출근길 인사 일정을 소화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하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