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전체가 뮤지컬에 헌정하는 느낌이라 늘 감동받으면서 무대에 올라요. 뮤지컬 박물관 같아요."
5일 오후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썸씽로튼' 프레스콜에서 39년차 배우 남경주는 "초연 당시 '어 뮤지컬(A Musical)' 넘버를 보며 '저기 내가 서야 하는데'라고 생각했고, 감사하게도 이번에 참여하게 됐다"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23일 다시 막을 올린 썸씽로튼은 독창적 상상력과 패러디를 무기로 2019년 국내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어 뮤지컬'은 사랑스러운 뮤지컬 찬가로 불리는 썸씽로튼의 대표 넘버다. 그리스, 맘마미아, 시카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뮤지컬 작품 10여 개가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는 "3분의 2는 참여했던 작품들이라 반가워하며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경주와 함께 극중 노스트라다무스 역할을 맡은 배우 정원영은 "제가 연기할 때보다, 많은 작품들을 다 한 남경주 선배님이 이 넘버를 부르는 모습에 울컥했다"고 덧붙였다.
인류 최초의 뮤지컬 탄생기를 소재로 한 썸씽로튼은 다양한 뮤지컬을 적재적소에 패러디한 게 매력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첫선을 보인1595년 영국을 배경으로, 영세 극단을 운영하는 형제 이야기가 중심이라 셰익스피어 작품을 활용한 대사들도 곳곳에 나오며 재미를 더한다. 썸씽로튼은 지난해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3관왕(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음악상)을 차지하는 성과도 올렸다.
두 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은 초연보다는 한국적 색깔을 가미했다. 이지나 연출은 이날 프레스콜에서 "초연에는 오직 원작에만 충실하게 했다"면서 "이번에는 한국 관객이 더 가깝게 올 수 있도록 '어 뮤지컬' 안에 한국에서 유명한 작품들을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한국 창작뮤지컬인 서편제 속 '살다보면'의 한 대목이 포함됐다. 또 한국 배우의 장점을 더 끌어내는 데도 집중했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한국과 브로드웨이 배우들의 속도감이 굉장히 다른데, 초연에는 원작을 고수했다면 이번에는 한국 배우에 맞도록 편곡했다"고 덧붙였다.
초연과 달라진 캐스팅을 보는 재미도 크다. 주인공 닉 바텀 역의 경우 초연 당시 남우주연상을 받은 강필석 외에 이충주·양요섭이 새롭게 합류했다. 그룹 하이라이트 멤버이자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양요섭은 이날 "많은 관객분에게 웃음을 드리는 게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매번 공연할 때마다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셰익스피어 역에도 초연 멤버인 서경수 외에 워너원 출신인 윤지성이 함께한다. 비아 역(이영미·안유진·이채민)과 포샤 역(여지수·이아진·장민제) 모두 트리플 캐스팅으로 저마다의 매력을 만날 수 있다. 공연은 오는 4월 1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