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관광객 전용 카지노를 끌어들이려던 계획을 결국 백지화했다. "사행 심리를 조장한다"는 지역 사회 반대 여론이 거센 데다, 강원 지역의 반발까지 불러오면서다. 제주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처한 카지노산업을 살리겠다며 의욕적으로 나섰다가 변죽만 울리고 만 셈이다.
제주도는 제2차 제주 카지노업 종합 계획(2022~2026년)을 확정, 시행키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제주 카지노업 종합 계획은 제주도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 계획이다.
도는 앞서 제2차 제주 카지노업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과정에서 지역 카지노 사업 다각화 가능성 검토 방안의 세부 추진 과제로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 방안을 포함시켰다. 강원랜드처럼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도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제주도민은 입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연간 이용일수는 12회(월 1회)로 제한했다. 출입 1회당 최대 이용 가능 금액을 제한하고, 신분증과 함께 항공권 또는 선박승선권 등 교통수단을 증빙자료로 제출하도록 했다.
제주도가 내국인 카지노 도입 방안을 꺼내든 데는 코로나19로 사태 장기화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제주지역 카지노 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다. 실제 제주지역 카지노는 2020년 2월 무사증 제도 중단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외국관광객 입국이 제한되면서 8곳 중 5곳이 문을 닫은 상태다. 또 2020년 제주도 카지노 8곳의 매출액(잠정)은 690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1,903억 원)보다 60% 이상 감소했다. 카지노 입장객 수도 2020년 16만6,873명으로, 2019년(36만9,409명) 대비 55%나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용역 최종 보고서가 제주도의회에 제출되자, 지역 사회에선 "제주도를 도박을 권하는 동네로 만들 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가 들어선 강원 지역도 반발하고 나섰다. 페광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위해 허용한 강원랜드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제주도는 "관광객 전용 카지노 도입 계획은 용역진이 제시한 방안일 뿐"이라고 한 발을 빼더니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행 법률상 내국인 전용 카지노 도입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허가 사항"이라며 "제주도의회와 도민사회는 물론 강원 지역에서 반발도 있어 이번 종합 계획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 내국인 출입 카지노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주도는 1997년부터 국외 원정 도박에 따른 국부 유출 방지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내국인 관광객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도입을 추진했다. 2010년에도 도입이 논의됐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이 "사행 심리를 부채질하고 도박 중독 등 부작용이 크다"고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탄광촌 몰락으로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내국인 카지노를 유치한 강원도와 달리 제주도는 정부를 설득할 논리가 부족하다는 점도 논의를 포기한 이유 중 하나였다.
제주도는 다만 이번 종합 계획에 카지노사업 다각화 가능성 검토 방안 중 비대면(온라인) 카지노 도입 방안 검토 계획은 그대로 반영했다. 비대면 카지노는 통신 수단을 활용해 카지노에 있는 대리인을 통해 게임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올해 추진되는 카지노 경쟁력 강화 연구 용역 추진 과정에 도민 인식을 조사하고 가능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2차 종합계획은 제주 카지노업의 위기 극복 및 재도약 환경 조성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제주 카지노산업의 회복을 위해 균형 있는 규제와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