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는 휠체어를 탄다. 작년 초, 중 3이 되자마자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사립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가 휠체어를 탄다고 하니 학교에서 돌아오는 답은 비슷했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한데 이동식 수업이라서 힘들 텐데요." "엘리베이터 없어요. 학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되물었다. "교육청에 엘리베이터 신청을 하면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 하는데요?" 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와 상의했다. 학교를 설득하여 교육청에서 엘리베이터 지원받는 방법을 우리가 알려주고 부탁할까? 우리의 선택은 명확했다. 이렇게 말한 학교들은 우리에게 '당신들은 여기 속하지 않는다 (You don’t belong here)'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그곳에서 싸우기란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결국 이사를 했다. 원하는 교육환경이란 무엇일까. 모든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갖춰진 게 아니다. "저희 학교가 좀 불편합니다만, 지원한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라고 말한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지원하지 않았을까.
아이가 가기를 진즉 포기했던 사립고에서 얼마 전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장애학생들을 기존 공립학교에서 다 받기 어려우니 사립학교도 받으라"고 장애학생을 배정했는데 학교가 "특수학급 설치에 대해 정상적으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반발 플래카드를 내건 것이다. 1월 4일 이 칼럼이 게재된 현재 플래카드는 철거됐지만 여전히 학교 홈페이지에는 반발 공문이 올라 있다.
지역 장애 학부모 단톡방에는 분노가 넘실댔다. "이 학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이 있다는데 플래카드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요?" 학교가 만들었다는 '학교안전위원회'라는 명칭 또한 아프게 다가왔다. "위원회 이름 자체가 이게 뭔가요." 발달장애 학생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하며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던 모 지역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아직도 부모들의 가슴에 아프게 박혀 있다. 어떤 엄마가 결정타를 날렸다. "사립학교도 교육청 지원받잖아요. 뽑고 싶은 학생만 뽑을 것이면 세금으로 지원받지 말던가요."
이 학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학교가 장애학생을 받을 준비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선 전체 특수교육대상자(장애학생)의 절대다수가 지체장애가 아닌 발달장애라는 점을 간과한 발언이다. 무엇보다 교육청에서 엘리베이터와 인건비를 대 준다는데, 이 학교는 장애학생을 '우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과연 되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이돌 스타를 좋아하는 아이는 스타사진을 전시하는 카페 투어를 다니곤 한다. 가기 전에 아이는 카페에 전화를 해본다. 휠체어로 갈 수 있느냐고. 대부분의 카페가 휠체어로 가기 어렵다. 하지만 "오시면 저희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곳이 가끔 있다. 아이는 즐겁게 친구를 대동해서 그곳에 간다.
교육권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다. 장애학생 교육권리보다 학교가 맘에 드는 학생을 뽑을 권리를 더 우선시하는 법이 있다면, 그 법이 잘못된 것이다. 법은 차치하고라도 21세기에 '너는 여기 속하지 않아'라고 돌려 말하는 논리라, 너무 후지지 않은가.
※ 위 칼럼에서 특수학급 설치에 반발하여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으로 언급된 고등학교는 본 칼럼 게재 후인 1월 5일 학교 홈페이지에서 해당 게시물을 내리고 교육청의 특수학급 컨설팅을 받기로 결정(https://hanyoung.sen.hs.kr/69481/subMenu.do)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