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놀이터서 놀면 도둑" 경찰, 입주자대표 학대 혐의 송치

입력
2022.01.04 11:30

자신이 입주자대표 회장을 맡은 아파트단지 놀이터에서 놀던 다른 아파트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60대가 검찰에 넘겨졌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와 협박 혐의로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7시쯤 인천 중구 영종도 한 아파트 놀이터에 있던 B군 등 초등학생 5명을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B군이 다른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관리사무실로 데려가 붙잡아 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생 5명 중 한 명은 자필로 써서 공개한 글에서 "할아버지(A씨)가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며 "우리에게 휴대폰, 가방을 놓고 따라오라며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말도 못 하고 무서워서 따라갔다"며 "할아버지가 커서 아주 나쁜 큰 도둑놈이 될 거라고 했다"고도 적었다.

학생의 한 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연락 두절 상태여서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며 "기물파손죄로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달려가 보니 5명의 초등생이 관리실에 잡혀 있었다"며 "아이들은 연락을 받고 도착한 부모를 보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폐쇄회로(CC)TV를 봐도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없었다"며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논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지 아직 설명을 못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CCTV를 확인했으나 아이들이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들은 A씨를 감금과 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도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환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