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기존 예산 집행 속도를 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더 고민하고 진전된 점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다”며 향후 정부가 추경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홍 부총리는 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 방문해 “607조 원의 역대 최대 본예산 집행 첫날에 추경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소상공인 관련 예산은 1분기에 최대한 집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여기에 역점을 두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 등 일각에서 제기하는 추경과 관련해서는 국민 의견의 하나로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추경이 필요한지 여부와 추경 사유, 내용 등이 일차적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의 주장보다는 정부의 추경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방역 진행상황 △소상공인 피해상황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지원 필요성 △기정예산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정도 △세수 등 재원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추경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 본예산 집행에 우선순위를 두지만, 추경 검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단호하게 "추경은 없다"고 선을 그어 왔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전향적인 표현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에는 “예산안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추경을 물어보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반대했다. 지난해에는 2월에야 “2월 추경은 이르고, 필요하면 3월 논의는 가능하다”면서도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공개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번 추경과 관련해서도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을 통해 “현 단계에서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