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아동 장래희망 1위는 '의사' [한국일보-한국월드비전 공동조사]

입력
2022.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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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국 어린이 100명의 '희망 직업'>
코로나 여파에 '아픈 사람 돕는 의사' 선호 높아 
"누군가를 돕기 위해 ○○ 되고 싶다" 압도적
선진국은 희망 직업군 다양하고 이유도 구체적

세계 아동의 장래희망 1위는 의사, 2위는 교사였다. 아이들 절반은 장차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희망 직업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선진국 아동의 장래희망은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편중이 작았다.

한국일보와 국제구호단체 한국월드비전이 12개국 아동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꿈(장래희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18명이 '의사'라고 답했다. 또 다른 선호 직업인 '교사'(16명)는 근소한 차이로 2위였다. 3위는 엔지니어(6명), 공동 4위는 경찰 군인 축구선수(각 4명)로 조사됐다.

5개 나라(잠비아 케냐 베트남 미얀마 알바니아)에선 응답자 절반 이상이 의사 또는 교사가 꿈이라고 답해 편중 현상을 보였다. 저소득국이나 분쟁국에선 어린이들이 보건·의료, 교육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게 일반적인 데다가, 의사 직종의 경우 코로나19 유행 국면에 의료진 역할이 부각되면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경향은 또래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친구들의 꿈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37명은 의사, 23명은 교사라고 답했고, 축구선수(14명)와 경찰(13명)이 뒤를 이었다.

'왜 그 꿈을 꾸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엔 절반 이상(52명)이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런 대답은 의사, 교사, 군인, 경찰, 변호사 등을 꿈꾸는 아동에게서 골고루 나왔다. 가수, 배우, 화가,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23명)라고 응답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 번째로 많은 답변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13명)였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아동의 장래희망은 다른 나라와 접점이 많지 않았다. 이들 4개국(한국 일본 영국 캐나다)에서 의사나 교사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아동은 4명뿐이었다.

한국의 경우 모든 아동의 장래희망이 달랐다. 유튜버, 웹툰작가, 프로게이머에 의사도 '정신과 의사', 아나운서도 '스포츠 아나운서' 등으로 직종이 구체적이었고, 희망 이유 또한 상세하고 뚜렷했다. 정신과 의사가 꿈인 아동은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질환이 늘어나고 청소년 자살률도 높아졌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허은수)고 밝혔다. 한 어린이는 무려 6개 직업(배우 개그맨 가수 과학자 교사 목사)을 장래희망으로 꼽으면서 "TV로 보거나 학교와 교회에서 만났을 때 멋있어 보였고 모두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윤예강)고 말했다.

장래희망으로 직업과 무관한 바람을 밝힌 아동도 9명 있었다. 특히 내전 상태인 시리아 아이들은 "장미 정원이 있는 크고 아름다운 집에 살길 원한다"(하델)", "바다에 가서 아름다운 물고기를 보고 싶다(하네엔)"며 정착과 여행의 소망을 내비쳤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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