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당을 향해 '작심' 쓴소리를 했다. "선거를 치러본 사람이라면, 웬만한 국민이라면 다 느끼는 비상상황인데 당사자들은 심각성을 짐짓 모르는 듯하다. 비상한 각오와 분발을 촉구한다"면서다.
김 전 의장은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새해 국민의힘에 보내는 쓴 약 세 봉지'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윤 후보) 말에 설득력이 없다. 부족하고 때로는 불안하기까지 하다. 크든 작든 말실수가 잇따른다. 수습 태도나 능력 또한 떨어지고 번번이 타이밍을 놓친다"고 조목조목 비판하며 "정치권 등장 반 년, 당의 대권후보로 뽑힌 지 두 달 만에 (윤 후보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기대가 실망으로, 아니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김 전 의장은 그 이유로 우선 "선거 전략의 오류"를 들었다. 그는 "윤석열은 정치신인"이라며 "우월성보다는 차별성이 우선이고 핵심이어야 한다. 완벽한 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과 기본 방향은 되돌아보고 어투∙행동∙인사법도 모두 바꿔야 한다"고 권했다. 윤 후보의 발언이 '질보다 양'이라고도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우선 말수를 줄여야 한다. 말의 절제가 부족하면 실언∙허언처럼 들린다"고 강조했다.
참모도 문제라고 봤다. 김 전 의장은 "(윤 후보) 주변에 얼찐거리는 사람은 보여도 필요한 사람이 안 보인다"며 "유능하고 슬기로운 참모라면 때를 놓치지 않고 바른 소리, 듣기 싫은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능력 있고, 충직한 참모를 곁에 두려면 먼저 후보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며 "후보는 참모를 가리지 않아야 하지만 말은 가려서 들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아울러 국민의힘의 이슈 대응 속도가 지나치게 늦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가장 심각하고 치명적인 예가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문제"라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됐다.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속은 자신감으로 무장하되 겉으로는 절박감을 표출할 때 유권자는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후보를 받아들인다"며 "거듭 강조하지만 진정성이 윤석열과 이재명을 가르는 구분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