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①부동산 ②일자리 ③경제성장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 등 분배 담론, 검찰·언론 개혁 등의 의제보다 '내 삶과 직결된' 민생 정책을 최우선으로 따져보겠다는 얘기다. 1~3위 의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정당으로 '국민의힘'을 꼽는 응답이 많았다.
한국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 선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정책 이슈(2개 응답)'를 물은 결과, 부동산 대책 및 주거 안정 대책(51.8%)을 꼽는 이가 가장 많았다. 부동산 정책을 1순위로 꼽은 응답자만 29.6%에 달했다. 부동산 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보고 있으며, 여전히 정권교체론(47.8%)이 과반에 가까운 배경으로 풀이된다.
2, 3위 판단기준도 경제였다. '일자리 창출 및 고용정책'을 꼽은 응답자는 32.3%였고, '경제성장 방안'을 보겠다는 응답은 24.3%였다. 이 밖에 △검찰·언론 개혁(18.0%) △복지 확대(16.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13.5%) △지역 개발 및 균형발전(10.0%) △미중 갈등 등 외교안보(8.2%) 순이었다.
2017년 대선에 앞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2017년 1월 15, 16일)에선 응답자들은 차기정부의 국정과제로 경제 양극화 완화를 첫손에 꼽았고, 정치 개혁을 2순위로 꼽았다. 5년 사이 분배와 개혁보다는 성장 담론이, 그중에서도 국민 삶에 직결된 의제가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된 셈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정책 시도나 개혁보다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톱3' 의제를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정당으로는 국민의힘을 꼽았다. 부동산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정당으로 국민의힘을 선택한 응답자는 35.5%였고, 더불어민주당을 꼽은 응답자는 25.5%였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서도 국민의힘을 꼽은 응답자는 각각 30.9%, 42.2%로 민주당에 비해 각각 7.2%포인트, 11.2%포인트 높았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언론 개혁 △복지 확대 △코로나19 대응 등에서 국민의힘보다 나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지지 후보 결정 요인으로는 후순위 고려 대상이었다.
국민의힘이 대선 국면에서 정책 대결을 주도할 환경이 조성된 셈이지만, 윤 후보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이 후보의 국정능력에 대해 "충분하다"고 한 평가는 50.3%인 데 반해, 윤 후보의 국정능력에 대해선 "부족하다"는 평가가 67.3%에 달했다. 윤 후보가 정책 면에서 '킬러 콘텐츠'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정책 토론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윤 후보의 정책 비전 제시가 없는데도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은 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뜻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국민의힘이 유권자에게 와닿는 정책을 제대로 내놓은 게 없다"며 "국민의힘이 잘 할 것이란 기대보다 이번 정부와 민주당에 화가 난 여론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