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에서 이른바 '이탈 민주'와 '뉴 보수'로 분류되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안에 따라 진보·보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을 잡기 위해선 여야가 진영을 뛰어넘는 중원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020년 총선 이후 민주당을 떠난 '이탈 진보'를 되찾아올 수 있을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같은 시기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된 '뉴 보수'를 확실하게 붙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국일보의 신년 여론조사 결과,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지금도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잔류 민주'는 64.2%였다. 나머지 35.8%가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탈 민주'인 셈이다.
이탈 민주로 분류되는 응답자의 38.5%가 국민의힘 지지로, 35.3%가 무당파로 옮겨갔다.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등 제3지대로 옮긴 이들도 26.3%였다. 이는 민주당 지지율 하락과 정권교체론 상승과 맞닿아 있다. 2020년 총선 직전(2020년 4월 7, 8일)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 41.6%였던 민주당 지지율은 이번에 33.6%로 8.0%포인트 낮아졌고, 정권교체론은 2020년 4월 32.4%에서 이번에 47.8%로 15.4%포인트 늘어났다.
이 후보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배경에는 이탈 민주가 있다. 잔류 민주 응답자 중 83.9%가 "정권 교체를 막기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며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탈 민주 응답자 중 57.6%는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탈 민주 중 67.2%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부정 평가했다. 여전히 '반문재인 정서'가 강하고 정권심판론의 주축이란 뜻이다. 이 후보가 최근 '민주당의 쇄신'을 촉구하고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라고 규정한 것은 이탈 민주의 재결집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탈 민주로 분류되는 이들 중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16.7%에 불과했다.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29.2%), "없다"(19.4%)는 응답보다 적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14.6%였다. 당초 민주당에선 비주류 출신으로 '비문재인' 색채가 짙은 이 후보가 반문 정서가 강한 이탈 민주를 공략할 적임자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들이 아직도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탈 민주에선 이 후보의 국정능력에 대해 "충분하다"고 밝힌 응답은 42.1%였으나, 도덕성과 관련해선 "부족하다"는 응답이 무려 89.3%에 달했다. 윤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부족하다"는 응답은 58.8%로, 상대적으로 이 후보에 비해 적었다.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전통 보수 지지층과 이탈 민주를 포함해 새롭게 합류한 뉴 보수의 연합 형태로 지지기반을 확대했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2020년 총선 이후 합류한 뉴 보수의 비중은 31.9%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이 새롭게 흡수한 지지층 비중이 17.0%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뉴 보수로 분류된 이들의 52%는 '중도 성향'을 가진 이탈 민주였다. 탄핵 이후 형성된 '진보·중도' 연합이 2020년 총선 이후 사실상 와해됐고, 이를 일부 흡수한 국민의힘이 '보수·중도' 연합 형태로 재건돼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2020년 총선 직전(2020년 4월 7, 8일) 조사에서 24.8%에 그쳤던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35.2%로 급상승했다.
문제는 국민의힘 지지층은 늘었으나, 새롭게 합류한 지지자들이 윤 후보가 '정권 심판의 적임자'인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 보수 가운데 63.8%만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20년 총선 때부터 계속 국민의힘을 지지해온 잔류 보수의 윤 후보 지지율(74.8%)보다 11.0%포인트 낮다.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의힘 지지로 합류한 10명 중 4명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판단을 유보한 채 관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얘기다.
반문 정서가 강한 이탈 민주에서도 윤 후보 지지율은 29.2%에 그쳤다. 최근 윤 후보가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대여 강경 발언을 쏟아놓거나 말 실수를 반복하는 것도 중도 성향이 강한 뉴 보수에게 거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윤 후보는 전통 보수뿐 아니라 뉴 보수를 안정적으로 결집하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민생보다 이념성이 강한 의제를 앞세운다면 각각 중도 성향이 강한 이탈 민주, 뉴 보수의 표심을 확보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