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자들의 감옥, 외국인보호소]<하>법무부 마음대로 기본권 제한
지난해 인사혁신처 나라일터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 10회, 청주외국인보호소 2회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채용 분야는 보호경비대원, 조리원, 청소원, 사무보조원 등이었다. 계약 기간은 보통 1년 남짓으로 짧으면 6개월인 경우도 있었다. 화성보호소의 경우 지난해 첫 공고를 제외하고 총 9회에 걸쳐 보호경비대원을 모집했다.
경비대원 채용 우대조건에는 경비보안 근무 경력, 외국어 능력, 응급구조사 자격증 소지 외에 '태권도・유도・검도 단증 보유자'도 포함돼 있다. 이는 보호소의 성격이 사실상 '수감 관리'에 있음을 보여준다. 또 보호인력으로 제대로 육성되지 않은 인력이라는 점에서, 인권침해 문제와도 연관된다.
외국인보호소 시설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양혜우 인권정책연구소 이사는 “법무부 소속 공무원은 아침에 보호소에 들러 특별한 문제는 없는지 총점검하는 관리자 차원이며, 경비 등 실질적인 관리는 기간제 근로자를 뽑아서 한다”며 “보호소에서 10년을 일한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호봉 인정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외국인보호소 기간제 근로자는 최초 1년간 업무 적응도 등을 고려해 계약직으로 근무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임금은 기간제, 무기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1월 1일 기준 최저시급 인상률을 반영하여 산정 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구을)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성보호소의 전체 직원수는 208명, 청주보호소는 115명이었으며 아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기간제 비율은 각각 12.5%, 2.6%였다.
구금된 M(33)씨는 “다른 층 상황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층에서 보이는 보호경비대원의 경우 어깨에 별 문양을 다는 등 공무원임이 확실한 관리자가 한 명이고 나머지 경비원들은 모두 기간제로 뽑힌 사람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관리자와 수시로 무전기로 소통하면서 외국인들을 주시한다”고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실태 조사를 나가보면 각 호실 창살마다 사람이 한 명씩 앉아서 감시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구금 중인 외국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건물 2개로 이뤄진 화성보호소는 총 6층 중 5층을 5관으로 나눠 쓰는데, 한 관당 호실은 6개로 총 30개 호실이 있다. 외국인들은 자신이 속한 관을 벗어나는 등 층간 이동을 할 수 없다.
카슈미르 독립운동가였던 사다르씨(1년 9개월간 보호소 수감)는 지난해 11월 증언대회에서 "어떤 직원은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지만, 다른 직원들은 살아가면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었다"며 "식판을 막 던져서 음식물이 다 흘러넘쳤고 '존중해 달라, 다시 식판을 달라'고 하자 독방에 가뒀다"고 회고했다. 자신의 변호사에게 팩스를 보내달라는 요구도 묵살당해 싸워야 했다. 그는 7번가량 독방에 갇혔고, 수차례 단식투쟁을 했다. 그는 "직원이 '네가 먹든 말든 상관없다, 여기서 죽는 거다'라고 하길래 '알겠다, 여기서 죽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고 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일 변호사는 “내부 근로자들 대부분이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고 처우가 열악하다보니 화가 쌓여 구금된 외국인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문제의식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며 “다만 이에 대한 조사 자체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