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엄마는 아이돌', 혹평에도 의미 있는 이유

입력
2022.01.04 11:40


"프로그램 제목을 '엄마는 레전드다'로 바꿔야 한다"

배윤정 박선주 김도훈 등 5명의 심사위원이 첫 방송에서 뱉은 말이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이들의 말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가수들의 귀환은 가요계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많은 생각을 남긴다.

지난해 12월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엄마는 아이돌'은 출산과 육아로 잠시 우리 곁을 떠났던 스타들이 완성형 아이돌로 돌아오는 레전드 맘들의 컴백 프로젝트다. 첫 출연진으로 공개됐던 가희 박정아 선예에 이어 지금은 별 현쥬니 양은지까지 프로젝트 그룹 결성을 위한 여정에 합류했다.

반가운 얼굴들...그러나 프로그램은 '혹평'

그룹 쥬얼리 출신 박정아부터 애프터스쿨 가희·원더걸스 선예·별·베이비복스 리브 양은지·록밴드 벨라마피아 현쥬니까지,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가수들의 귀환은 단연 큰 화젯거리였다.

많은 관심 속 베일을 벗은 이들의 무대는 기대 그 이상이었다. 첫 방송 당시 출연했던 박정아 가희 선예는 각각 전성기 시절 곡과 최근 활동 중인 후배 가수들의 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였다. 짧게는 9년, 길게는 10년 이상 무대에 서지 않은 채 결혼 생활 및 출산과 육아에 전념해왔던 이들이었지만 무대는 감탄을 유발할 정도로 탄탄했다.

실제로 방송 이후 박정아의 '무브(Move)', 가희의 '라리사', 선예의 '기다리다' '버터(Butter)' 등의 무대 클립 영상은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녹슬지 않은 레전드 가수들의 실력'에 대한 호평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활약에도 프로그램은 어째 내리막길을 걷는 모양새다. 첫 방송부터 불거진 프로그램 진행 방식, 평가 등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엄마는 아이돌'을 둘러싼 비판 여론은 첫 방송 공개된 '현실점검' 스테이지에서부터 시작됐다. 오랜 공백기를 딛고 오랜 시간 그리던 무대를 위해 최선을 다한 출연자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로 전해진 과도한 혹평 때문이었다. 특히 5명의 심사위원(컴백 마스터)를 통해 이루어진 심사가 객석 내 60여 명의 후배 아티스트들 앞에서 여과없이 진행되면서 기획 의도와는 사뭇 다른 '망신주기 식' 평가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들을 '한물 간 가수'와 같은 이미지로 평가절하 했다는 볼멘소리도 더해졌다.

이같은 시청자들의 반응은 회를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들이 프로젝트 그룹 결성을 위해 지금의 아이돌들에게 적용되는 잣대로 평가받고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이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탓이다. 이미 실력이 입증된 스타들이 순위를 매기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닌 '프로젝트 그룹 결성'을 취지로 모인 예능에서 혹평과 현역 아이돌들의 평가를 받아가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공감보단 의아함을 안겼다. 결국 3.8%로 시작했던 시청률 역시 3회 만에 2%대로 하락한 상황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실력을 조명하고, 이들이 현 가요계의 트렌드에 발맞춰 변신한 모습으로 다시 조명받길 바랬을 제작진의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줄기차게 이어지는 미션과 심사, 대결 방식 대신 레전드 가수들이 오랜 시간 그려온 무대에 다시 오르며 오는 감동과 K팝의 새 흐름에 발맞춰 나가는 새로운 변신에 초점을 맞춰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의미는 있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돌'에 마냥 부정적인 평가만 내놓긴 어렵다. 연출 상의 아쉬움은 있었으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출연자들은 각자의 무대를 통해 현역 아이돌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건재한 실력과 녹슬지 않은 스타성을 직접 증명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자체는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곁을 떠났던 스타들의 화려한 귀환'을 조명하겠다던 기획 의도는 이룬 셈이 됐다.

실제로 '엄마는 아이돌'에서 펼친 선예 가희 박정아 가희 별 등의 무대는 뜨거운 화제 속 유튜브 클립 영상 조회수 수십 만 회를 기록했다.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매 방송 이들이 펼친 무대들이 회자되며 '현역 아이돌이 본받아야 하는 레전드 가수의 기본기'라는 설명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이들은 그저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그룹의 멤버, 가수라는 인식을 벗어나 '진짜 실력'으로 2021년의 대중에게도 인정을 받는데 성공했다.

돌아온 이들의 활약은 K팝 신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엄마는 아이돌' 출연진들이 보여주는 무대는 단발적으로 빛을 발할 스타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수란 타이틀을 뒷받침 할 가장 큰 무기이자 필수 자질은 탄탄한 실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들의 전성기로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돌아온 이들의 무대가 대중에게 전하는 감동과 놀라움은 많은 교훈을 전한다.

앞으로 이어질 미션을 통해 각자의 포지션을 확정할 이들은 공식 SNS 팔로워 2만 명, 팬클럽 가입자 수 2천 명 이상을 기록해야 정식 프로젝트 그룹 데뷔에 나서게 된다. 물론 '레전드 가수'들이 한 그룹으로 뭉쳐 보여줄 프로젝트 그룹 활동에 대한 기대도 높지만 그보다 더 높은 기대가 모이는 것은 '엄마는 아이돌' 출연과 무대를 향한 대중의 호평이 앞으로 출연자 각자가 걸어갈 행보에 미칠 영향이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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