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은 결과에서 오고 존경은 과정에서 온다

입력
2021.12.31 22:00
27면

"후회 없이 했어? 안 했어?"

"재밌었어."

"그럼 된 거야!"

스트리트걸스파이터 2화, 크루 선발전 즉흥 배틀에서 팀 클루씨는 이런 대화를 한다. 결과에 상관없이 재밌으면 된 거다! 그런 클루씨가 비매너 안무 트레이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8일 방송된 스걸파의 미션은 'K-pop 안무 창작'이었다. 각자 상대 크루가 창작한 안무를 자신의 안무에 반영해야 했다. 클루시는 상대편 팀인 스퀴드에게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주었고, 또 과정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난을 받았다. 그때 클루씨의 모습은 '재밌었으면 된 거다'라고 말할 때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클루씨를 보며 난 내 10대 시절을 떠올렸다.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던 일이나 학습지를 산다면서 타 낸 용돈으로 옷을 샀던 일, 친구 집에 모여 몰래 술을 먹던 일 정도는 평범한 일탈이었다. 왕따당하던 친구가 머리에 침을 맞은 채로 앉아 있었을 때 모른 척했던 일이나 악의적인 소문을 옮기며 낄낄거렸던 일들은 아직 소화되지 못한 채로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때 나는 클루씨가 한 말보다 더 심한 말을 지껄였을 것이다. 나뿐일까. 누구나 10대 때 잘못했던 일, 굴욕적인 일, 수치스러운 일을 기억할 것이다. 10대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때니까. 클루씨와 우리가 다른 게 있다면, 그들은 그런 잘못을 모두가 보는 방송 앞에서 했다는 것이다.

한 번도 실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무엇을 이루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설사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중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나아지는 인물을 더 사랑한다. 완성되어서 나오는 가수만큼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한 계단씩 올라온 아이돌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하여 중요한 건 실수가 아니다. 그러면 무엇이 중할까?

중요한 건 실수에 대한 '태도'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가?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가? 앞으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가? 실수를 할 때가 아니라, 실수를 한 다음부터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클루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는 건 아니다. 클루씨와 그들의 마스터 라치카는 이미 비매너 논란에 대해 사과를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사과는 어땠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 욕설과 아들 도박에 대한 사과는 어땠는가? 실수하고 난 뒤에 어른들의 태도는 10대 소녀인 클루씨보다 더 괜찮았던가?

2021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올해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로 시끌벅적했고, 일회용품을 써대느라 쓰레기를 산처럼 만들어냈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또 미루어졌다. 우울한 뉴스가 많았던 한 해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실수를 한 다음의 태도니까.

한 번의 성공으로 인지도를 얻은 인물을 부러워할 수는 있어도 존경까지 할 필요는 없다. 부러움은 결과에서 오고 존경은 과정에서 온다. 대중은 한 번의 사건으로 타인의 인생을 평가할 수 있지만, 곁에 있는 사람은 매일 매일의 작은 행동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혹시 당신이 실수 때문에 괴로워한다면 지금부터 새로 시작이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클루씨의 말처럼, 그럼 된 거야!


박초롱 딴짓 출판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