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연일 새 기록을 쓰고 있다. 확진자와 접촉자 격리도 덩달아 늘면서 ‘인프라 마비’ 사태 역시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은 존스홉킨스대 데이터를 인용, 전날 기준 미국의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886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지난 겨울 기록(25만1,989명ㆍ1월 11일)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자체 집계에서도 이날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30만1,472명이었다. 2주 사이 2.53배로 증가했다. 신문은 “29일 하루 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48만8,000명을 넘어서며 하루 확진자 수로도 팬데믹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겨울 하루 최다 확진자 기록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제임스 필립스 조지워싱턴대 병원 재난의학 책임자는 “이는 과거 코로나19 확산의 정점 때 우리가 본 그 무엇과도 다르다”며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은 워싱턴의 응급실을 절대적으로 압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욕ㆍ뉴저지주(州)와 시카고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종전 기록을 넘어섰고, 애리조나ㆍ뉴멕시코주에는 의료 지원을 위해 연방 의료팀이 파견됐다. 메릴랜드와 워싱턴을 포함한 약 10개 주는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감염병의 거침 없는 확산은 사회 인프라 서비스 마비를 불러왔다. 코로나19 확진자뿐 아니라 이들과 접촉한 시민들까지 대거 격리 조치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항공편 결항, 지하철 운행 중단ㆍ축소 등 일상이 마비되고 있다. 뉴욕경찰(NYPD)은 30일 병가를 낸 경찰관의 비율이 21%로 종전 팬데믹 최고치였던 올해 3월의 19%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번 근무를 취소하고 교대근무를 바꾸는 등 인력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에 나섰다.
항공대란 역시 일주일째 지속 중이다. 미 항공사들은 이날도 1,000편이 넘는 항공편을 취소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취소된 미국 국내선과 미국발, 미국행 국제선은 1,201편으로 집계됐다. 31일자 항공편도 이미 628편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나 항공대란이 적어도 새해 벽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크루즈선에 대한 코로나19 경보를 기존 3단계에서 최고 등급인 4단계로 올렸다.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이를 이용한 여행을 피하라는 경고도 내놨다. 크루즈선 탑승객들의 감염이 크게 늘면서 ‘떠다니는 배양접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내놓은 강수다. 최근 미국에서는 크루즈선에서 코로나19 대규모 발병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승객이 객실에 격리되거나 항구에서 입항을 거부당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승객과 승무원 7,000여명이 탑승한 유람선 ‘심포니오브더씨’에서 최소 48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 지금까지 미국 해역에서 승객을 태운 채 운항하던 크루즈선 88척에서 감염 사태가 보고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