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피선거권과 청년 정치

입력
2021.12.31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스웨덴 남부 고트란드섬의 작은 마을 알메달렌에서는 7월이 되면 1주일 동안 정치축제가 열린다. 알메달렌 축제기간 동안 10만 명이 넘는 정치인, 시민, 언론인들이 거리 세미나와 연설, 정책 간담회, 토론회 등을 진행한다.

□ '21세기판 아고라 정치'로도 불리는 이 축제에서는 정당을 상징하는 어깨띠를 두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참가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스웨덴 청소년들이 일찍부터 정책토론에 단련된다는 점을 알메달렌 축제는 상징한다. 이들은 일찍부터 지역의회ㆍ국회ㆍ유럽의회 등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데, 스웨덴을 비롯해 정치적 토양이 비슷한 북유럽 국가들에서 20, 30대이지만 노련한 정치 지도자가 나오는 일은 우연이 아니다.

□ 지난해 제1 야당에서 30대 대표가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 정치권에서 청년 정치인들은 선거를 위한 동원 대상, 장식품으로 취급받는다. 21대 국회에서 20대인 국회의원(당선 시점 기준)은 2명뿐이고 30대를 포함시켜도 13명에 불과하다.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구조가 급속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나이 든 세대가 정치적으로 과잉대표 되면 세대 간 자원 불평등, 정책의 노후화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아동ㆍ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이 참여하지 못한 결정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시스템은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선거 연령 하향뿐 아니라 피선거 연령을 낮추는 작업이 의도적으로라도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 국회가 2021년 마지막 날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원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를 25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3월 9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부터 18세 이상 청년들이 출마할 수 있다. 고등학생 국회의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 요구를 거들떠도 안보던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졸속 통과시켰다는 비판도 있지만 참정권 확대라는 관점에서 지향해 나갈 방향이다. 2022년이 청년정치의 원년(元年)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왕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