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엄청난 수익을 낸 모더나와 화이자 등이 '특허 소송’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들 대형 제약사에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는 중소 제약사와 과학자들이 우후죽순 나타나면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와 화이자가 각각 수천억 원이 오갈 수도 있는 법정 싸움에 휘말렸다며 "누가 백신의 핵심 물질을 개발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가 논쟁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모더나는 어버터스 바이오파마라는 업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모더나 백신 물질 중 RNA를 인간 세포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나노 파티클이 이 업체의 특허로 개발됐다는 것이다. 모더나는 자체 기술로 나노 파티클을 제조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최근 어버터스 바이오파마의 주장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개발에 참여한 국립보건원(NIH) 소속 과학자들과도 분쟁 중이다. 모더나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부터 NIH와 백신을 함께 개발해왔는데, 모더나는 지난 7월 미국 특허상표청에 특허 신청을 내면서 NIH 과학자들은 특허권자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NIH가 "모더나 백신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유전자 서열을 찾는 데에 우리 과학자들이 기여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모더나 측은 "백신에 사용된 유전자서열을 찾아낸 것은 NIH가 아닌 모더나 과학자들"이라고 반박하면서도 특허권 신청을 중단하며 협상 여지를 남긴 상태다.
독일 제약업체 바이오엔테크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화이자는 지난해 10월 샌디에이고의 제약업체 앨리얼 바이오테크놀로지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화이자 등이 앨리얼 바이오테크놀로지가 특허를 낸 단백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백신 개발사 간 소송전은 향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례로 모더나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특허와 관련된 사용료를 받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면, 자사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제조사들에 특허권 라이선스(사용 허가권)를 요구하겠다고 예고해 놓은 셈이다. WSJ는 "특허권 분쟁이 정부와 과학자, 기업들이 그간 힘을 합쳐 이뤄낸 백신 개발이라는 성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