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년 차를 맞았던 2021년이 저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대면과 라이브를 근간으로 하는 공연은 어느 분야보다도 큰 피해를 봤다. 올해 코로나19 평균 확진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훨씬 늘었지만 공연시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통계에 따르면 올 한 해 공연 시장(12월 27일 기준)은 코로나19로 바닥까지 내려갔던 2020년 시장에 비해 매출액은 75.6%, 관객수는 67.9%, 공연건수는 11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2021년 공연시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된 것일까?
2019년 하반기 공연시장 매출액은 1,837억 원이었다. 2020년 하반기에는 735억 원이었지만, 2021년 하반기에는 1,840억 원으로 2019년보다도 소폭 상승했다. 공연건수나 관객수는 아직 팬데믹 이전에 비해 축소된 상황이지만 매출액만큼은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었다. (2019년 6월 25일 개정공연법이 시행된 후부터 KOPIS 통계가 전체 시장으로서 유의미해졌다. 이에 따라 2019년 하반기 데이터를 코로나19 이전 시장의 기준으로 삼아 각 연도 하반기 매출액을 비교했다)
공연시장의 70%대를 차지하는 뮤지컬의 매출액이 성장한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2019년 하반기 뮤지컬 시장 매출은 1,316억 원이었던 반면, 2021년 하반기에는 1,388억 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시장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다. 올해 하반기 뮤지컬의 공연 건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하반기에 비해 33%, 관객수는 27%나 줄었는데도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티켓 평균가격이 높은 대형 뮤지컬들이 선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2021년 뮤지컬계는 전년도 팬데믹 상황으로 의기소침했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각 제작사의 대표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2021년 한 해 매출액 5위권에 든 작품을 살펴보면 '지킬 앤 하이드' '위키드' '레베카' '시카고' '프랑켄슈타인' 등 이미 수차례 흥행성을 검증받은 대형 뮤지컬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작품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20대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상반기에 공연했던 '위키드'와 '시카고'의 경우 20대 관객 비중이 이전 연도의 공연에 비해 10여%포인트 정도가 늘어나 거의 5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하반기에 올라간 '레베카'와 '프랑켄슈타인' 역시 이전 공연에 비해 20대 관객 비중이 5~7% 정도 높아졌다. 문화적 욕구와 구매력을 갖춘 젊은 관객들이 오랜 팬데믹 상황으로 피로를 느끼고 공연장으로 몰리면서 뮤지컬의 빠른 회복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공연계 전체가 회복되었다고 보면 오산이다. 뮤지컬이나 클래식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반면, 연극이나 무용 시장은 여전히 이전 시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를 기준으로 보면 2020년에 비해 2021년 연극 시장은 79% 성장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연극 매출액 230억 원의 58% 수준인 134억 원에 그치고 말았다.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장르는 어린이 공연과 외국인을 주요 관객으로 하는 넌버벌 공연 그리고 상시 공연을 하는 오픈런 공연이었다. 특히 2020년 하반기 아동공연 시장은 전년 동기의 6.7%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사멸되다시피 했다. 올해 하반기 아동공연 시장은 2019년 동기의 74%에 해당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하긴 했지만 길고 긴 암흑기를 거쳐야 했다. 반면 오픈런 공연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 2019년 하반기 144억 원에서 지난해 하반기 24억 원으로 급감했다가, 올해 하반기 46억 원까지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게 되는 2022년에는 공연계 전체가 예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