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비 9,000억 원 중 5,600억 원을 하나은행 등에서 무이자로 빌리겠다며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서가 허위로 드러났다. 성남의뜰이 하나은행 등에서 대출받은 총 사업비 7,000억 원 가운데 무이자로 빌린 돈은 한 푼도 없었고 이자율이 4.7%에 달했다.
검찰은 성남의뜰이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낮은 금리를 성남도시공사 측에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하나은행 등에 높은 이자율로 수익을 챙겨준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한국일보가 파악한 김문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의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처장을 상대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한 금융사들(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동양생명)의 수익인 '이자율'에 대해 조사했다. 김 전 처장은 공사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성남의뜰의 사업계획서 내용이 계약서나 다름없는 사업협약서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검토하는 역할을 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대출 계획이 제대로 실행됐는지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내용을 캐물었다.
검찰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조달 금리'였다. 성남의뜰은 사업계획서를 통해 하나은행 등 금융사로부터 총 사업비 9,000억 원 중 5,600억 원은 무이자로, 3,400억 원은 4.7% 이자율로 대출받아 실효 이자율은 2.49%라고 밝혔다.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상 평가기준을 보면, 사업비 조달 금리를 구간별로 점수화하고 2.5% 이하는 만점(70점)을 주도록 했다. 성남의뜰이 제시한 이자율 2.49%는 만점 구간에 들어가는 금리였다. 경쟁 관계였던 산업은행 컨소시엄은 9,500억 원 대출에 이자율 3.49%를 제시해, 성남의뜰보다 30점이나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성남의뜰이 제시한 조달 금리는 사실과 달랐다. 검찰 조사 결과 성남의뜰은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한 '5,600억 원 무이자 + 3,400억 원 4.7%'가 아닌 '7,000억 원을 4.7%로' 하나은행 등에서 대출받았다.
검찰이 김 전 처장에게 '2016년 12월 12일 성남의뜰은 (하나은행 등에) 7,000억 원을 4.7%로 대출받은 게 맞느냐'고 묻자, 김 전 처장은 '예'라고 답했다. 검찰은 그러자 당초 9,000억 원 중 5,600억 원을 무이자로 대출받기로 했으면, 이 비율을 적용해 7,000억 원 중 4,250억 원은 무이자로 대출받았어야 하는 게 아닌지 김 전 차장에게 물었고, 김 전 차장은 이에 대해서도 ‘맞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김 전 차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남의뜰이 애초에 5,600억 원을 무이자로 빌릴 의사가 없었는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사업계획서가 허위로 작성됐기 때문에 성남도시공사가 성남의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을 취소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하나은행 등 성남의뜰에 출자한 금융사들은 대출금 중 4,250억 원의 이자만큼 부당하게 이익을 본 것은 아닌지 김 전 처장에게 묻기도 했다. 김 전 처장은 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불러 조사하기 직전에 하나은행에서 대장동 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담당한 이모 부장을 불러 대출 과정 전반을 살펴봤다. 이 부장은 검찰에서 성남의뜰 요구에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의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려고 출자한 금융사들에 실제로 지급하는 이자율과 다른 이자율을 사업계획서에 기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나은행도 인지하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30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성남의뜰에 출자한 금융사 측은 "무이자로 5,600억 원(성남의뜰 주주 차입금)을 조달하기로 한 계획이 실행하기 어렵게 되다 보니, 변경된 상황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게 금융사나 성남의뜰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사전협의 절차를 거쳐 진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