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러시아를 뒤흔든 혁명적 걸작들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전'에 전시될 75개 작품들이 꼼꼼한 검수작업을 거쳐 29일부터 이틀간 전시장에 배치돼 31일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29일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기획팀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취합된 작품들은 20일 대한항공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미술품 운송 전용 무진동 차량으로 옮겨져 미술관 수장고에 반입됐다. 26일 러시아 미술관 측 관계자 2명이 도착한 뒤 전시 작품의 상태를 살피는 검수작업이 시작됐다.
작품들은 크레이트(crate)라는 미술품 전용 상자에 담겨 운송된다. 이중 삼중으로 보호하는 크레이트의 벽면을 열고, 그림에 밀착된 하얀 중성지 포장을 벗겨내자 드디어 러시아 국보급 문화재인 작품들이 그 얼굴을 드러냈다. 중성지는 산화반응에 따른 그림의 변질을 막기 위해 그림에 밀착시키는 종이다.
이렇게 포장이 풀린 작품은 세심한 조사를 받는다. 러시아와 한국의 미술관 측 전문가들이 그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다. 컨디션 체크는 작품이 반입될 때와 나갈 때 처음과 마지막의 상태를 점검해서 작품의 상태가 이상이 없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총 75점인 이번 전시회 작품의 검수에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러시아 측에서 작품을 보낼 때 컨디션 리포트도 함께 보내준다. 작품의 손상된 부분을 적시하고 어떻게 처치됐는지 등이 글과 사진으로 기록돼 있다. 이걸 함께 비교해가며 작품 손상 정도를 확인한다. 또 운송과정에서 추가 손상이 없었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검수 시간은 작품마다 다르다. 이훈석 큐레이터는 “100년 이상 된 작품인 데다 크기도 다양하고 보관된 상태에 따라 손상된 정도도 제각각”이라며 “보관상태가 좋은 작품은 5분도 안 걸리는데 손상 부분이 많은 작품들은 일일이 다 대조해야 해 30분도 훌쩍 넘기곤 한다”고 설명했다.
확인을 마친 작품들은 조심스럽게 전시장에 배치돼 31일 드디어 한국 관람객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