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케톤 수치 높을수록 간 질환 발병 위험 낮아져

입력
2021.12.28 23:09

케톤은 지방 분해 시 간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이다. 우리에게는 탄수화물 섭취는 최소화하고 지방 섭취는 늘리는 ‘케톤식 식이요법’으로 익숙하다.

혈중 케톤 수치는 이처럼 탄수화물 섭취를 장기간 제한하거나 장시간 고강도 운동을 하면 늘어난다. 물론 제1형 당뇨병 같은 원인으로 케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당뇨병이 없는 건강한 성인에게서 케톤 수치 상승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으며 특히 그동안 지방간 예방에 효과 있다고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에는 케톤 수치가 올라갈수록 비알코올성 간 질환 발생 위험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류승호ㆍ장유수ㆍ김예진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센터 연구팀은 2011~2017년 건강검진 수검자 가운데 지방간 및 간 섬유화가 관찰되지 않은 성인 15만3,076명를 대상으로 4.1년간 추적ㆍ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간 질환과 케톤 수치 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오줌에서 나오는 케톤 수치를 △없음 △100~500㎎/L △500㎎/L 이상 등 3개 군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케톤 수치가 높을수록 전혀 검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지방간 발생 위험이 감소했다.

류승호 교수는 “이번 연구로 건강한 성인에서 케톤이 지방간 감소와 유의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혈중 케톤 수치를 높이는 생활 습관 및 식이법이 지방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류 교수는 이어 “다만 케톤 유발 식이요법의 장기적 효과나 안전성은 아직 논란이 있어 이 식이요법을 시행할 때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수위를 조절하도록 하고 특정 영양소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과잉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유수 교수는 “높은 혈중 케톤 자체가 지방간 위험을 줄이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존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에게서 케톤 수치가 늘어나면 간의 지방 연소가 특이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케톤체가 항산화 물질을 늘리고 간 내 염증 감소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며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간 섬유화 진행을 예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 소화기학회 발행 저널’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