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사업도 결국 인간관계” 라는 말을 많이 한다. 동시에 가급적 동업은 하지 말라는 조언도 심심찮게 들린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각박한 사회에서는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 영역을 확대하는 소상공인 사업가도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공간연줄(artspace_connection)은 예술작가인 김미라, 장규돈 부부가 직접 운영하는 갤러리로 이름처럼 ‘연줄’, 즉 관계에 의미를 둔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공간에 매이지 않고 다양한 공간과 협업하며 작가와 컬렉터, 비평가, 관객들을 연줄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어낸다. 공간연줄을 운영하고 있는 김미라 대표는 연줄을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신나는 아트 씬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러한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연줄은 어떤 곳인가.
공간연줄은 작품 전시와 예술 이벤트를 겸하는 미술 공간이에요. 주로 전시회를 하는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는데 원래는 예술 모임 같은 것들도 기획했었죠.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지기는 했지만요.
-공간연줄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
말 그대로 연줄, 연결을 만드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지었어요. 작가 활동을 하다 보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거든요. 저도 연줄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웃음)
-전시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저희 부부는 충남 서산에 거주하면서 그곳에서 작업도 해요. 작품 전시 활동은 아무래도 서울에서 해야 하니 거점이 필요했죠. 거점 겸 전시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간을 찾다 이렇게 창업까지 하게 됐네요.
-전시가 목적이라면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곳을 사용해도 되는데, 직접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
전시를 원하는 일시에 그리고 원하는 사람들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그리고 저희 부부의 작가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요.
-수입은 어떻게 발생되나.
공간연줄에서 나오는 수익은 그림 판매 커미션, 대관 수수료가 대부분인데 수익이 크지 않아서 작품 활동과 학교 강의를 통해서 수입을 얻고 있어요. 서울시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같은 곳에서 예술공간에 대한 지원금을 받기도 했고요.
-공간연줄의 전시 히스토리를 보면 꽤 많은 전시회가 열렸던 것 같다. 전시는 보통 어떻게 운영되나.
전문 큐레이터를 고용해서 전시를 운영하는 갤러리도 있지만 저희는 직접 기획부터 작가 발굴, 전시, 운영까지 직접 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전시가 열리고요. 전시 횟수를 줄이더라도 한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전시하는 것을 지향하는 편이라 한 번 전시하면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진행됩니다.
-작가 발굴은 어떻게 하나.
기획된 아이디어를 토대로 적합한 작가님을 찾아 연락을 드리는 식이에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존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던 작가님과 어떤 전시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경우도 있고요. 공간연줄에서 어떤 전시를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죠.
-현재 기획 중인 전시가 있나.
저희는 공간연줄을 ‘신나는 우사단 아트 씬을 위해서 작가가 운영하는 전시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우사단로가 재개발로 곧 없어질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우사단로에서 활동 중인 작가분들과 재개발되기 전의 우사단을 기록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향후 공간연줄에서 전시될 예정이고요.
-재개발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
우사단로가 젊은 아티스트 분들이 많거든요. 아기자기한 가게들, 공방도 많아요. 몇 년간 공간연줄을 운영하면서 주변 가게 사장님들, 작가분들과 친해지면서 다양한 일이 있었죠. 다른 갤러리와 협업 전시를 하기도 하고요. 사라지는 것은 아쉽지만 여기서 만난 작가분들과 함께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다행이에요.
-연줄은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어감인데, 긍정적인 해석이 돋보인다.
연줄이라는 것을 통해서 뭘 얻느냐에 따라 연줄의 의미가 다른 것 같아요.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그 관계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 사건이 생겨날 수 있도록 하는 곳으로 공간연줄을 정의했어요. 여태까지 공간연줄의 전시들도 연줄의 결과라고 볼 수 있죠. 좋은 결과를 낳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연줄이라면 좋게 해석되지 않을까요?
-실제로도 연줄이 만들어졌는지.
시작부터가 연줄이었어요. 서울에 위치한 전시공간을 알아보던 중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던 지인에게 연락을 했었어요. 그분이 창고를 다 개조해서 전시공간을 마련해줬던 기억이 나요. 미술 전시공간을 운영 중이지만 지금도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려고 하는 것도 이 케이스처럼 시너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낯을 좀 가리거든요. 근데 이렇게 공간이 있으니까 평소에 연락을 못 드렸던 작가님들에게도 전시 제안을 기회로 연락드리기 좋더라고요. 이렇게 연락드린 분들과 잘 얘기가 되어서 실제 전시로 이어졌고 내년에도 새로운 전시를 기획 중이에요. 그런 식으로 연줄이 생기다 보니 평론가나 컬렉터와도 연결이 되어서 관계가 형성되고 작품 판매, 다른 전시로 기회가 이어졌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위기가 있었나.
가장 큰 위기는 저희 전시 공간의 의도를 보여주기가 어려워진 점이에요. 공간연줄은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 관객, 콜렉터 등 사람들 간의 관계가 형성되기를 바라면서 설립된 공간인데, 이걸 구현하기가 어려워진 거죠.
구체적으로는 갤러리 근처 유동인구 자체가 적어졌어요. 길을 지나가다 궁금증에 한번씩 갤러리를 방문하던 발걸음이 거의 없어지고 작가들의 지인 위주로 관객층이 한정됐어요. 또 코로나로 인해 설치미술 등 체험형 전시가 어려워졌죠.
또 가장 중요한 부대 행사가 없어졌어요. 전시회를 열면 여러 관계자들이 와서 작가와의 대화나 오프닝, 뒤풀이 등의 행사를 열어요. 전시를 하는 작가 입장에서도, 관객 입장에서도 쌍방향 소통을 하고 친분을 만들어가는 행사가 사라져 버린 거죠. 작가도 관객의 의견이 궁금하고 관객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거든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지.
초창기 공간연줄은 전시회와 예술 모임을 하는 공간이었어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전시와 모임이 어려워져 위기를 극복하고자 2년간 전시의 형식과 매체를 다양화했어요. QR을 이용한 언택트 전시인 ‘ONTACT 2020’을 통해 작가 30명의 작품도 전시했어요. 앞으로도 전형적이지 않은 전시를 하고자 해요. 개인적으로 팜틀리에라는 새로운 기획도 하고 있고요.
-팜틀리에는 무엇인가.
아트와 농사의 융합을 전시하는 '팜틀리에(farm+atelier의 합성)'는 예술과 자연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안적 삶을 공유하는 공유의 장(場)이며, 새로운 형식의 아트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공간연줄에서 전시, 교육, 참여의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고요.
저희가 충남 서산에 거주하며 농사를 짓고 있어요. 채소를 재배하고 판매도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교육이나 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이 과정을 미디어로 기록해 예술활동으로 승화시켜볼 계획이에요. 현재 유튜브에서 ‘팜틀리에 farmtelier 아트와 농사 그 의외의 조합’ 채널을 통해 현재 화가의 전원주택, 제로 웨이스트 플레이팅, 천연 수세미 만들기, 레드비트 농사, 반려견 출산 등 자연 속 삶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요즘 들어 공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특히 힘들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코로나의 장기화에 맞춰가야 할 것 같아요. 새로운 형식의 전시와 사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예술과 농업 같은 소재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다른 전시를 계획 중인데 내년이면 선보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예술 관련 교육과 체험활동 사업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대안적인 삶과 예술의 가능성을 공간연줄과 팜틀리에 활동으로 보여드릴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