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4차 접종 임상 착수했지만… 필요성 두고 지구촌 ‘갑론을박’

입력
2021.12.27 18:22
영국 독일 등도 '두 번째 부스터샷' 검토 나서
'백신 보호막'으로 면역력 다시 높이는 시도
"잦은 접종이 면역 체계 악화 부를 것" 우려도

‘두 번째 부스터샷이 필요한가’를 두고 지구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 한 번의 추가 접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추거나,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느냐가 핵심이다. 일단 일부 국가는 백신 ‘보호 효과’를 기대하며 4차 접종에 시동을 걸었다.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 신호탄을 쐈던 이스라엘과 새 변이 오미크론이 맹렬한 기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추가 접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회의론도 팽팽하다. 잦은 백신 접종이 오히려 면역 체계를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가 발발한 지 2년이 됐지만 출구를 찾기는커녕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어, 사실상 유일한 희망인 백신을 몇 차례나 맞아야 할지 갑론을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의료진 대상 임상시험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현지 최대 의료기관 셰마 메디컬센터는 이날 의료진 150명을 대상으로 백신 4차 접종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지난 8월 20일 이전 3차 접종(부스터샷)을 마친 사람이 대상이다. 길리 레게브 요하이 임상 책임자는 “이번 접종이 항체 수치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안전성도 점검할 예정”이라며 “4차 접종 대상과 접종 필요성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1일 이스라엘 보건전문가 자문위원회가 최소 4개월 전 3차 접종을 완료한 60세 이상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또 한 번의 추가 접종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은 그간 코로나19 백신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성인과 10대에 대한 접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백신 보급 초기 가장 빠른 속도로 1, 2회 차 접종을 진행했고 7월에는 세계 최초로 추가 접종도 도입했다. 덕분에 이동 제한이나 영업 제한 등 강력한 방역 조치 없이 4차 유행을 넘겼다는 평가다. 최근 전 세계에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고, 이 영향으로 이스라엘 내에서도 300명대까지 줄었던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 선까지 치솟는 등 ‘5차 대유행’ 위험 신호가 감지되자 또다시 선제적으로 4차 접종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유럽도 추가 접종을 고민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등장 후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만 명씩 나오는 영국은 3차 접종의 면역 수준 등을 확인한 뒤 고령자 대상 4차 접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독일은 감염병 학자 출신 카를 라우터바흐 보건장관이 직접 나서 네 번째 백신 접종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역시 백신위원회가 의료진과 주요 분야 인력들에게 2차 부스터샷을 권고하기로 했다. 또 한 번의 ‘백신 보호막’으로 시간이 갈수록 약해질 수 있는 면역력을 재차 높인다는 복안이다.

"오히려 역효과 날 수도" 우려

그러나 4차 접종 효능을 두고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린다. 과학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의학ㆍ과학계조차 ‘추가’ 백신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일부 과학자들은 주사를 너무 많이 맞으면 면역 체계를 피로하게 하고, 오히려 바이러스와 싸우는 신체 능력이 손상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기존 코로나19 백신으로는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온 상태다. 백신을 두 차례가 아니라 세 번, 네 번 접종해도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결국 접종 ‘횟수’가 아닌 변이 출현에 따른 새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잇따른 반발에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최종 결정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4차 접종 계획의 최종 승인권자인 나흐만 아시 보건부 최고행정책임자가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미국도 신중한 모습이다. 백악관 의학자문역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지난 23일 “4차 접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아직은 3차 접종 효과가 얼마나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두 번째 부스터샷을 맞는 유일한 경우는 면역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사람의 경우일 것”이라며 일반 대중에게 4차 접종을 확대하는 상황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