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화형·헬기 폭격… 미얀마 군부 잔혹함 배경은? ‘실패했던’ 사령관의 보복전

입력
2021.12.27 16:50
카야·사가잉 등 5개 지역 군부 만행 극심
'반군에 대패 이력' 새 사령관 지휘가 원인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시민들을 산 채로 불태우고 민가를 초토화시키는 등 참혹한 학살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지에선 군부의 악랄한 토벌전의 배후로 아웅 소 특수작전국 사령관(중장)을 지목하고 있다. 소수민족 반군에 대패한 전력이 있는 그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있다는 얘기다.

27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이달 들어 미얀마의 △카야 △카친 △사가잉 △샨 △마궤주(州) 등 5개 접전지역에서 정부군이 산 채로 불태운 민간인은 최소 46명에 달한다. 시민저항군과 소수민족 반군들은 "사진과 진술 등으로 확인된 사례가 이 정도일 뿐, 실제로 한 달 동안 10여 건 이상의 민간인 학살과 화형(火刑)이 더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부는 무방비 상태인 민가를 향한 융단 폭격도 이어 갔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전후로, 정부군은 5개 접전지역에 군용 헬리콥터를 투입해 포탄을 쏟아부었다. 사가잉주 깔라이 마을 등 주요 폭격 지역에 반군이 숨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군부의 폭격으로 지난 보름 사이 수천 명의 주민들이 태국 국경지대로 피신했으며, 태국 국경수비대 역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군부 공격의 중심에는 소 사령관이 있다. 실제로 그가 5개 지역 정부군의 작전 총괄로 부임한 이번 달부터, 기존의 '거점 타격' 방식은 '전방위 폭격'과 학살을 통한 '공포' 전략으로 급격히 전환됐다. 소 사령관은 시가지 폭탄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반군을 숨겨 주거나 무기 등 물품을 보관한 자들의 자산을 몰수하고 엄정 처벌하겠다"고도 엄포를 놓은 상태다.

소 사령관의 강공 일변도 전략은 과거 반군과의 악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복수의 탈영 장교들의 발언에 따르면, 2010년 북동부 사령관에 임명됐던 그는 2015년 샨주 북부에서 발생한 군부와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과의 전투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그는 "반군과의 정치적 화해에 집중하다 기습 공격을 당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며 보복을 다짐했다고 한다.

국방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 장교인 소 사령관은 패퇴 이후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 2017년 군부 몫인 내무부 차관 자리에 올랐다. 군부 쿠데타 이후에는 특수작전국으로 보직을 옮기며 염원하던 최전방 전선으로 복귀했다. 현지 군 소식통은 "소 사령관이 정부군 내 마약과 음주 문제를 방관하는 방식으로 민간인 학살을 부추기고 있다는 소문도 많다"며 "그가 있는 한 최전선 전황은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