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건희 대국민 사과
입력
2021.12.27 04:30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논란이 된 허위 경력 의혹을 시인하며 국민에게 사죄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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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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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신원 확인 대체 언제" 애타는 유족… 영정 없이 국화만 놓인 분향소
"일한 지 석 달도 안 된 스물여덟 아들을 하루아침에 떠나보냈으니 친구 꼴이 지금 어떻겠어요." 26일 오전 8시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피해통합지원센터에서 만난 중국 국적 남성 A씨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날 "아들이 일하는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친구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도저히 혼자서는 못 가겠다며 덜덜 떠는 친구의 손을 잡고 이곳을 함께 찾은 것이다. A씨는 "빨리 신원 확인부터 돼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A씨 친구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먼발치에서 애꿎은 담배만 태웠다. 화재 발생 사흘 째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가족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애를 태우고 있다. 주검 훼손이 심한 데다 희생자 대부분의 신원 확인이 아직 안 됐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공장 화재 사망자 23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이는 내국인 3명 뿐이다. 나머지 20명의 신원 확인은 시신에서 채취한 유전자(DNA)와 유족 유전자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DNA 확보 후 대조 작업을 거쳐 신원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이론적으로 2, 3일 걸린다. 중수본은 일단 희생자 8명의 유족으로부터 DNA 채취를 마쳤다. 나머지 DNA 채취 및 대조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경우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늦어도 내주 중에는 신원 확인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사고 소식을 듣고 센터를 찾은 유족들에게는 정작 이런 DNA 검사 과정 등이 상세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신원 확인까지 걸리는 기간 등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계산일 뿐이다. 또 외국인 희생자의 일부 유족은 국외에 머물고 있어 입국 절차 등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이런 변수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유족들에게 신원 확인까지 걸리는 기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이날도 "신원 확인 소요 기간은 확인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흘째 가족을 찾아 화재 현장과 장례식장, 경찰서 등을 빙빙 돈 유족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신원 확인 소식이 들려올까봐 자리를 비우지도 못한 채 도시락을 배달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유족 B씨는 퉁퉁 부은 눈으로 "한 순간의 사고로 사촌 누나를 잃었다"면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우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게 없어 지켜보고만 있다"고 털어놨다. 긴급비자를 받고 전날 밤 입국한 유족도 있었다. "어머니 소식을 듣고 중국 대련에서 급하게 왔다"는 C(29)씨는 내내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화성시청 1층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탓에 단상에는 위폐와 영정사진 없이 국화만 빼곡히 놓였다. 분향소를 찾은 박철균(62)씨는 "같은 지역 시민으로 형제자매를 잃은 마음이라 남일 같지 않다"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고개를 숙였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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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군부도 종교 반발은 두려워… 미얀마 “고위 승려 살해 사과”
미얀마 군사정권이 군부 측 공격으로 승려가 숨졌다고 공개하고 사과했다. 2021년 2월 쿠데타 발발 이후 수많은 민간인이 군부 총칼에 희생됐지만 정부가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당초 사고를 저항군 책임으로 돌리려 했지만 진실이 드러나자 불교계 반발을 의식해 발 빠른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6일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군부 종교문화부 띤우린 장관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저명한 고승(高僧)이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는 슬픈 사실을 알게 됐다. 깊은 슬픔을 느끼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승려를 태운 차량은 종교적 상징이 없는 개인 차량이었고 과속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철저한 조사로 엄중히 조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과는 민 아웅 흘라잉 군부 최고사령관 명의 글을 장관이 대독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지난 19일 낮 미얀마 제2 도시이자 현지 최대 종교 문화 중심지 만달레이에서 불교계 원로 승려 바단타 무닌다비완사(78)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남부 바고시(市) 유명 대형 불교 사찰 ‘윈 네인미타욘’ 주지이자 미얀마 불교계 최고 의사결정 기구 ‘상가 마하 나야카 위원회’ 위원이다. 사고 당시 무닌다비완사 일행은 불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당초 군정은 저항 세력인 시민방위군(PDF)이 설치한 지뢰 폭발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생존한 승려가 SNS에 “군부가 공격했다”고 폭로하면서 진실이 드러났다. 생존자는 당시 일행이 탄 차량이 검문소를 지나자 군부 경찰이 7, 8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인구 90%가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승려들은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다. 명망 높은 스님을 겨냥한 이번 총격 사건 이후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승려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의 유해가 안치된 사찰에는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만달레이 승려 협회는 총격 사건을 ‘테러’라고 부르며 정권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친정부 성향 원로 승려들이 “이번 공격을 잊고 (군부를) 용서하라”고 언급했다가 더 큰 분노를 사기도 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자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부처 가르침을 위해 계속 봉사할 것임을 겸손하고 정중하게 말씀드린다” 등의 표현을 쓰며 ‘불심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미얀마나우는 “군정이 정당한 이유 없이 민간인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인권단체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가 살해한 민간인은 5,300명이 넘는다.
8·18 민주당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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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명심"… 비전 사라지고 '명비어천가'만 남은 전당대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명심(이재명 전 대표의 의중)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최고위원 후보들 모두 비전보다는 이 전 대표와의 친소 관계를 앞세우면서다. 하마평에 오르는 나머지 후보들도 전부 친이재명계다. 쓴소리를 하는 비주류 후보들이 여럿 출마했던 기존 전당대회와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또대명(또다시 대표는 이재명)' 기류에 올라탄 노골적인 자리 경쟁만 남은 셈이다. 민주당은 26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출범으로 최고위원 선출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8월 18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와 함께 당을 운영할 최고위원 5명을 뽑는다. 이날까지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후보는 강선우(재선), 김병주(재선) 의원이다. 둘 모두 '이재명과 정권 창출'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강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사퇴한 24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김 의원도 "이 전 대표와 함께 2026년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 창출의 승리를 위해 선봉에 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마평에 오른 나머지 후보들 모두 여지없이 친명계로 분류된다. 김민석(4선), 전현희(3선), 한준호(재선) 의원을 비롯해 원외에서는 김지호 당 상근부대변인,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저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 친명계 민형배 의원(재선)과 이성윤 의원(초선)은 다음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등 친명계가 아닌 후보들은 기세에 눌려 최근 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에 비명계 최고위원이 포함돼 있던 '이재명 1기 체제'에 비하면 출마 단계부터 눈에 띄게 다양성이 실종된 모습이다. 모두 친명계 일색이라 서로 차별화가 어려운 탓에, 각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이 대표와의 친소 관계를 내세웠다. 너도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전 대표와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거나, 이 전 대표의 대권 가도를 돕겠다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반면 그간의 의정활동이나 정치 철학을 바탕으로 당을 이끌 비전을 발표하는 내용은 없었다. 각자 몸 담은 계파가 있더라도 특정 인물을 위해서가 아닌 당의 노선을 두고 겨뤘던 최고위원 선거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당내에서부터 쓴소리가 나왔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이 전 대표를 칭송하는 '명비어천가'를 부른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최고위원으로서 자기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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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조회 깨끗" '밀양 성폭행' 가담 부정에... "판결문에 이름 있는데?" 진실공방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하며 결백을 주장한 가운데, 이 남성의 이름이 피의자 중 한 명으로 적시된 판결문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임모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밀양의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자로 오해 받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글을 올렸다.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에서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경남마산중부경찰서에서 발급받은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공개했다. 조회 시점은 지난 24일이고, 범죄경력 조회결과엔 해당 자료 없음으로 표기됐다. 그는 "영상에 같이 언급된 신OO은 회사 선후배 관계로, 제가 입사했을 당시 선임직원이었다"며 "같은 지역 출신에 같은 나이여서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선후배로 함께 회사생활을 했지만, 해당 사건 발생 시점에는 전혀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었고, 알고 지내면서 제가 존대를 하는 사이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것이 신OO과의 관계에 대한 전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인해 가족들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준 제가 원망스럽다. '아빠'하고 뛰어나오는 제 두 딸을 보면 계속 눈물이 나왔다"며 "그때마다 가족, 친구, 선후배님 모두 큰 힘이 돼줬고, 심지어 회보서를 조회해 주시는 담당 경찰관님께서도 힘내라며 제 등을 토닥여 주셨다"고 하소연했다. 임씨는 "저와 가족들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근거 없는 루머와 악성 댓글에 대해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 저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며 변호사 수임료를 초과하는 벌금에 대해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임씨가 혐의를 부인하자 해당 게시물의 댓글과 유튜브 등에는 그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 판결문 일부가 캡처돼 공개됐는데, 이 판결문엔 임씨의 이름이 피의자 중 한 명으로 적시돼 있었다. 판결문엔 임씨를 비롯해 이미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 일부의 이름과 함께 "2004년 5월 3일 생일파티를 구실로 피해자 OOO 등을 밀양으로 불렀다" 등의 범죄 사실이 적혀있었다. 판결문을 공개한 유튜버는 "임씨가 너무 당당한 것 같아서 총알 한 발 쏜다. 가해자들아, 아무리 머리 굴려도 나는 다 알고 있다. 벌 받자"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들도 "판결문에 이름이 있는데 억울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공소장(판결문)에 이름이 떡하니 있던데 해명해라", "가담한 게 아니면 판결문에 이름이 없어야 되는 거 아니냐" 등 비판을 이어갔다. 다만 일부 누리꾼들은 판결문에 적시된 이름과 가해자로 지목된 임씨가 동명이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임씨는 26일 오후까지 판결문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