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먹튀 승객' 못잡고 '신고취하' 요구한 경찰...누리꾼 "직무유기"

입력
2021.12.24 15:00
20대 2명 택시요금 7만5,000원 안 내고 달아나
70대 택시기사, '먹튀' 승객 신고...경찰 검거 실패
경찰의 '신고취하' 요구해 동의해준 뒤 자책
뒤늦게 먹튀녀 얼굴 담긴 영상 유튜브에 공개
누리꾼들 "경찰 직무유기"... 경찰 '수사 재개'

70대 택시기사가 요금을 내지 않고 달아나는 '먹튀' 피해를 호소하며 20대 여성 2명의 얼굴을 공개했다.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성과가 없자 직접 해결에 나선 것이다. 누리꾼들은 사건 해결을 바라면서도 '신고 취소'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경찰을 겨냥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최근 유튜브에는 '택시 무임승차한 여성 2명 공개 수배'란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지난달 1일 오후 4시쯤 경기 수원시 곡반정동에서 두 여성 승객을 태워 오후 6시쯤 고양시 경의중앙선 백마역까지 갔다가 황당한 피해를 당한 택시기사 A(72)씨 측이 올린 블랙박스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을 보면 요금 7만5,350만 원이 나왔는데 한 여성은 택시가 정차하자 곧바로 어딘가로 달아났고, 다른 여성은 교통카드를 내민다. 하지만 해당 교통카드는 금액이 충전돼 있지 않았고, A씨가 계산을 시도하는 사이 이 여성도 먼저 내린 여성을 따라 그대로 도망쳤다.

70대라 두 여성이 달아난 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A씨는 화가 치밀어 일산 동부경찰서에 신고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A씨가 건넨 교통카드로도 두 여성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고, 두 여성이 택시를 탔던 수원 곡반정동의 원룸촌 일대를 수색했지만 근처 폐쇄회로(CC)TV로는 여성들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A씨는 경찰의 요청을 받고 지난달 15일 신고 취하서를 써줬다고 밝혔다. 사건을 종결해달라고 동의한 셈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 A씨는 블랙박스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게 됐다.

블랙박스에 찍힌 두 여성의 얼굴도 공개했다. 택시를 타기 위해 다가오는 두 여성은 마스크를 착용해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들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목소리도 담겨 있다. A씨 측은 21일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을 올려 "이 사람들에 대해서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신고 취하' 요구한 경찰에 누리꾼 "직무유기"

이 동영상을 보게 된 누리꾼들은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저러고 다니는지"(오드리**) "꼭 잡아 선처하세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사건 해결을 바랐다. 한 방송사 제작진이 접촉을 시도해 A씨가 자신의 메일 주소를 남기기도 했다.

동시에 누리꾼들은 범인 특정 및 검거에 실패한 뒤 '신고 취소'를 요구한 경찰을 두고 "이거 못 잡으면 경찰 무능이지"(pop**) "안 잡고 직무유기하는 경찰"(넌누***) 등의 댓글을 남기며 비난했다. 이에 경찰은 최근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A씨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3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작년 3월에도 수원에서 화성까지 간 대학생들을 태웠다가 요금 2만3,000원을 안 내고 달아나 경찰에 신고했다"며 "동료 기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 이런 일이 부쩍 많아진 것 같아 주의가 요망된다"고 동영상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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