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샘물로 만든 낭도의 명물 막걸리

입력
2021.12.24 09:05
4대째 가업 잇는 100년 전통 낭도주조장·도가식당

365개의 섬이 있다는 전라남도 여수시. 이 중 낭도라는 곳이 있다. 섬 모양이 여우를 닮아 이리 낭(狼)자를 붙여 낭도로 부르게 된 섬이다. 낭도는 지난해 5월, 조화대교-둔병대교-낭도대교-적금대교-팔영대교가 정식 개통하고 77번 국도가 여수와 고흥을 잇게 되면서 섬 아닌 섬이 됐다. 예전에는 여수항에서 2시간 가까이 배를 타고 가야 했지만 이제는 차를 몰고 다리를 건너면 갈 수 있는 육지나 다름없는 곳이 된 것이다.

낭도는 주민들이 스스로 여산마을이라 칭할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 있고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고운 모래의 해수욕장이 있으며 공룡 발자국과 주상절리를 비롯해 섬 곳곳을 살피고 탐방할 수 있는 둘레길까지 갖춘 곳이다. 덕분에 배를 타고 가야 했던 시절에도 적잖은 이들이 찾던 섬이었으며 다리가 개통한 뒤론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낭도의 인기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버팀목은 막걸리다. 섬 내 식당들은 물론 마을 부녀회가 포장마차까지 만들어 ‘낭도젖샘생막걸리’를 판매하며 목 타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화산 지형이라 물이 귀한 낭도에는 일곱 개의 샘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산모의 마른 젖을 솟게 한다 하여 젖샘이라 불렸고 이 샘물로 만든 막걸리가 다름 아닌 낭도젖샘생막걸리다.

낭도젖샘생막걸리는 순수한 샘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막걸리에 비해 누룩을 풍부하게 사용해 유독 구수한 향이 내며 담백하게 넘어가 칼칼한 뒷맛을 남긴다. 낭도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맛보고 사가야 하는 명물인데, 이를 만드는 곳은 낭도주조장이다.

낭도주조장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낭도주조장을 맡은 강창훈 대표는 얼추 100년 남짓으로 추정할 뿐 실제론 주조장의 역사가 그보다 더 오래됐을 거라 얘기한다. 이익 때문이라기보다는 사명감으로 주조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강 대표는 이제 아들과 함께 막걸리를 빚으며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강 대표가 주조장과 함께 운영하는 도가식당 또한 낭도의 명소다. 서대회무침, 도토리묵, 손두부. 해초비빕밥 등을 판매하는데 담백한 맛을 지닌 그의 막걸리와 함께 먹어도,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그냥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라 낭도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첫 손에 꼽힌다.

김효진 기자 hjkim4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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