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동굴 할아버지'의 가없는 고향 사랑

입력
2021.12.23 16:57
2019년 세상 떠난 신도식 할아버지  
아내가 유지이어 매년 장학금 기탁



‘굴 파는 할아버지’로 불린 고(故) 신도식(2019년 작고)씨의 고향 사랑이 사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충북 괴산군은 괴산읍 동부리에 사는 이재옥(82)씨가 최근 군청을 찾아 장학금 10만원을 기탁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씨는 괴산에서 10여년간 혼자 동굴을 파던 고 신도식씨의 아내다.

신 할아버지는 동부리 남산 아래 거주하면서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망치와 정, 괭이를 사용해 100m가 넘는 굴을 팠다. 동굴은 지름 1~1.5m 크기로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동굴에 ‘명산 영성동굴’이라고 불렀다. 또 동굴을 파다가 발견한 샘물을 ‘신비의 지장약수’라고 이름 붙였다.

이 동굴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약수를 마시고 소원을 빌면서 샘물에 동전을 넣고 갔다. 신씨는 이 동전을 수거해 2012년부터 매년 15만~20만원을 괴산군에 인재양성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신씨는 2019년 초 세상을 떠났다. 이후 아내 이씨가 남편의 뜻에 따라 방문객이 동굴에 던지고 가는 동전을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씨는 “남편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이 있어 어려운 학생만 보면 돕고 싶어했다”며 “남편의 유지에 따라 장학금 기탁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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