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약 3개월간 총 317만 배럴 규모의 정부 비축유가 순차적으로 방출된다. 이는 지난달 23일 미국 주도 아래 중국, 일본, 인도, 영국 등과 함께 비축유 공동방출에 동참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방출량은 국내 정유업계는 물론 미국 측과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비축유 방출이 유가 추가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정유사와의 협의 및 정부 석유비축계획에 따른 판매 예정 물량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317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에서 보유한 비축유는 9,700만 배럴로, 방출량은 전체 비축유의 3.3%에 해당한다. 이번 방출량은 지난 2011년 리비아 사태 발발 시, 내놓았던 물량과 유사하다. 당시 정부는 전체 비축유의 약 4% 수준인 346만7,000배럴을 방출했다. 정부에선 이번에 방출하고 남은 잔여 비축 물량만으로도 석유 수급 위기 발생 시, 약 103일 동안의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317만 배럴 중 원유 208만 배럴은 한국석유공사가 1년 이내 대여방식을 통해 국내 정유사로 방출하고, 판매 예정인 등유, 프로판 등 석유제품 109만 배럴은 입찰방식을 거쳐 최고가 낙찰 기업에 방출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비축유 공동 방출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일본, 인도, 중국 등 동맹국들이 유가 안정을 위한 국제 공조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세계 주요 석유소비국들이 연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박기영 산업부 2차관은 “이번 방출로 겨울철 잦은 기상악화로 인한 정유사 수급 불안 등을 사전 해소하는 동시에 동절기 수요가 많은 등유·프로판을 혼합 방출함으로써 일시적인 석유제품 수급차질 발생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비축유 방출이 유가 하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세가 최근 한 달 새 뚜렷해지면서다. 비축유 방출 결정 이전인 지난달 중순까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0달러 안팎이던 국제유가는 최근 70달러 선으로, 약 10달러 이상 떨어졌다.
게다가 국내에선 지난달 12일부터 유류세 20%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서, 지난달 초 리터당 1,800원을 넘었던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이 최근에는 1,6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진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유럽 주요국의 재봉쇄가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위기”라며 “일단 비축유 방출로 소폭의 유가 하락을 기대할 순 있지만,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