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부동산도, 투자할 때가 아니다

입력
2021.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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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오른 만큼 금리가 오르지 못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가계 금융자산의 실질 가치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시기에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6.8%나 상승하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보다는 낮지만 11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도 3.7%로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시장금리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3% 정도인 은행의 저축성예금금리뿐만 아니라 대부분 단기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다. 심지어는 10년 만기 국고채수익률도 11월에 2.5%로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1.2%포인트 밑돌았다. 우리 정부가 10년 만기 국고채를 발행한 2000년 10월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당분간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질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자산을 찾아야 한다. 그런 자산이 주식, 부동산, 금 등이다. 2000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통계로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월평균 2.2%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KOSPI) 상승률이 9.1%, 전 도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5.5%였다. 금값은 월평균 10.0% 올라 상승률이 더 높았다. 모두 물가보다 더 올라 자산가치를 보존하고도 남았던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들 자산에 투자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경기순환에서 찾아야 한다. 경기란 확장과 수축을 반복한다. 현재 경기는 정점 근처나 수축국면 초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경기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가 통계청의 동행지수순환변동치이다. 이 지표가 지난 7월을 정점으로 10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코스피는 이런 경기 상황을 반영해서 지난 6월 3316을 고점으로 11월에는 2839까지 떨어졌다. 최근 코스피가 300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경기 수축국면이 진행되면 주가는 더 하락할 수 있다.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집값도 더 오를 수 없다.

여기다가 자산가격 상승을 이끌어왔던 유동성도 줄어들 것이다. 금융정책 당국은 금융불균형이 심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채, 특히 가계 부채가 너무 빠르게 늘었고, 집값 등 일부 자산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다. 금융위원회는 가계 대출을 억제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금융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판단될 때까지는 이런 정책 대응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글로벌 유동성을 선도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내년 3월까지 양적완화를 끝낸 다음에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했다. 이르면 내년 6월부터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가능성 높다. 국내외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경기와 유동성이다. 경기는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예방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축소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식과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그러나 경기순환으로 보면 아직은 이들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시기는 아니다. 당분간은 명목 가치라도 지키면서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견뎌야 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