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지배종인 델타 변이보다 덜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잇따라 나왔다. 두 나라 모두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는 곳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이날 “오미크론 변이 감염시 델타 변이보다 입원 위험이 40∼45% 낮고, 단순 병원 치료를 받을 확률도 15% 적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입원 위험이 50∼60% 감소했다. 백신 접종자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후 입원할 위험도 미접종자보다 훨씬 낮았다.
연구진은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확인된 영국 내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을 이끄는 닐 퍼거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와 비교해서 입원 위험이 약간 적다는 증거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도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 효과 감소로 상쇄되는 듯하다”며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지금 같은 속도로 계속 늘어난다면 의료 서비스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와 다른 전문가들이 수행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시 입원 위험이 3분의 2가량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의 위력이 델타 변이 같았다면 입원 환자가 47명에 달해야 하는데 현재 15명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마크 울하우스 에든버러대 교수는 “개별적으로는 증상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지만 감염이 한꺼번에 발생하면 의료체계에 심각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도 10∼11월 코로나19 감염자들을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 감염시 입원율이 다른 변이 감염에 비해 약 80% 낮았다고 밝혔다. 또 이 기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돼 입원한 환자들은 4∼11월 델타 변이 입원 환자들보다 중증 진행률이 70%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셰릴 코헨 NICD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오미크론 변이의 심각성이 다른 변이에 비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긍정적 가능성”이라고 평가했다. 또 “최근 남아공에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들의 입원ㆍ사망률이 이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다른 변이보다 낮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많은 남부 아프리카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감염으로 형성된 면역력이 오미크론 변이를 무력화하거나 약화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헨 교수는 “남아공 국민의 6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경험이 있다”며 “백신 접종률은 높지만 감염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의 증세가 약할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감염병 전문가 폴 헌터 교수도 NICD 연구 결과에 대해 “델타 변이와의 중증 진행률 비교가 다른 시점에 이뤄진 탓에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을 성급하게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의료체계에 부담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