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직책 던졌지만 "윤석열 승리 돕겠다"… 이준석의 '줄타기 정치'

입력
2021.12.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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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당대표 '셀프 선대위 이탈' 사태로 시험대에 오른 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만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도 "자기 정치만 한다"는 당과 지지층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당대표로서 윤 후보의 승리를 돕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종인표 선대위 쇄신'을 외곽 지원하면서 내홍을 폭발시킨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이 대표의 줄타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퇴 다음 날 외부 행사서 '후보 메신저' 자처

현 상황에서 이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퇴 다음날인 22일 이 대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후 취재진과 만나 "선대위 복귀는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동시에 측근의 '입'을 빌려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정리'를 촉구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이 "'파리떼'를 제거하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생각으로 이 대표가 사퇴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윤 후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비판은 삼가고 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이날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윤 후보가 앞으로 언론계에 진정한 성평등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전해왔다"고 했다. 선대위에서 사퇴한 후에도 윤 후보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부각한 것이다. 향후 역할에 대해서도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후보와 선대위) 요청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하겠다"고 했다.

당내 "몽니" 비판도... 선대위 "기다리겠다"

이는 당내 이 대표에 대한 불만 기류와 무관치 않다. 지난 3일 '울산 대회동'으로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한 지 3주도 안 돼 당대표가 판을 뒤엎은 것은 경솔하다는 지적이다. 한 중진의원은 "선대위 운영에 문제가 많지만, 대표가 직을 던진 것은 몽니이고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이 대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날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내년 대선을 어떻게 마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 이유다.

다만 이 대표가 윤 후보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당장은 아니어도 선대위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사실상 모든 당무가 후보와 선대위로 넘어간 상황에서 당대표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가진 2030세대 소구력과 상징성을 대선 과정에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겸임했던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후임은 찾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비워두고 기다릴 계획"이라고 했다.

강유빈 기자